憲裁에 선 '性범죄자 신상공개'
상태바
憲裁에 선 '性범죄자 신상공개'
  • 이상연
  • 승인 2002.07.31 11: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행정법원이 청소년 성범죄자의 신상공개를 규정한 법률 제20조 2항 1호와 3∼5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면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이에 대해 여성단체들이 청소년 성(性)보호는 법리만을 가지고 따질 수 없는 문제라며 크게 반발하고 청소년보호위원회도 오는 9월로 예정된 3차 신상공개를 예정대로 할 방침이라고 밝혀 신상공개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법원이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신상공개 조치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근거로 든 것은 헌법에 보장된 '이중처벌금지의 원칙'과 '적법절차의 원칙' 두 가지다. 첫째 신상공개제도는 체면과 형식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실질적인 형벌로서의 '처벌'에 해당되기 때문에 이미 형사처벌을 받은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모든 국민은 동일한 범죄에 대해 거듭 처벌받지 않는다'고 규정한 헌법 제13조 제1항의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두번째 이유는 신상공개제도가 실질적인 형벌에 해당되는 이상 법원이 아닌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자체적인 판단 기준에 의해 행정처분으로 신상공개 대상자를 결정, 공개하는 것은 헌법 제12조 제1항의 '누구든지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신상공개제도의 필요성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헌법상 보장된 법률과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될 여지가 있는 위헌적 법제를 방관할 경우 사법부의 존재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신상공개제도는 입법 초기부터 청소년 보호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여성단체를 비롯한 찬성하는 쪽과 당사자의 인격을 침해하는 이중처벌이라는 법조계 등 반대하는 입장 사이에 첨예하게 대립했다. 관련법은 재작년 1월 국회를 통과했고 청소년보호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1차 신상공개 대상자는 169명에 그쳤던 것이 올 3월 2차에서는 443명, 오는 9월로 예정된 3차는 675명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마땅히 근절되어야 할 사회악이다. 이런 범죄자들의 소행은 청소년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심신의 고통과 후유증을 남기는 만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는데 이론(異論)이 있을 수 없다. '현대판 주홍글씨'라는 신상공개는 몇몇 나라에서도 시행중이다. 미국은 지난 94년 말 뉴저지주에서 통과된 '성범죄자 석방공고(메건법)'을 본받아 성범죄자가 석방되더라도 그가 사는 사법당국에 거주·이전 사실을 통보하고, 사법당국은 이를 가정과 학교에 통보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대만 등에서도 성범죄자 신상을 공개하거나 기록공개가 제도화되어 있다.


  그러나 신상공개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더라도 헌법에 위배될 수 있는 방법으로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며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미 처벌받은 자의 신원을 공개해 사회적으로 파문의 낙인을 받게 하는 것은 '법에 의한 인권침해'는 물론 '과잉처벌'의 소지도 없지 않다. 여성단체를 포함한 시민단체, 학계, 법조계 등에서 신상공개제의 보완과 대안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될 전망이지만 법원이 위헌제청을 한 만큼 위헌여부를 헌법재판소가 가리도록 맡기고, 사회 구조적 관점에서 청소년 유해환경과 성의식 문란을 정화하는 일이 더 시급한 과제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