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표에 가까울수록 어려움은 커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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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표에 가까울수록 어려움은 커진다 "
  • 법률저널 편집부
  • 승인 2002.07.0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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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태
제36회 외무고시 수석합격
서울대 경제학과 졸, 29세

I. 나의 꿈, 나의 외교관(My Dream, My Diplomat)


 최종합격의 소식을 접하는 순간, 어린 시절부터 가슴에 간직해왔던 꿈이 이루어졌다는 기쁨과 함께 가슴 조리던 수험생활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는 안도감이 교차하였다. 그동안 부족한 나로 인해 고생하신 부모님께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다는 데 수석의 영광을 돌리고 싶을 뿐이다.


 외교관이란 꿈을 처음 가지게 된 것은 15년 전쯤 중학생 때였다. 이전까지 과학도의 꿈을 키워오던 나에게 역사에 대한 관심은 외교관의 꿈을 향한 작은 시작이었고,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처음으로 접한 우리의 역사는 나에게 적지 않은 자극이 되었다. 특히 19세기 후반의 주변의 여러 강대국에 둘러싸인 채 전개된 우리의 안타까운 역사는 정확한 국제정세의 인식이 국가의 미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막연하게나마 깨닫게 한 계기가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바깥 세계로의 눈과 귀 그리고 발이 되어주는 외교관의 역할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II. 실패를 통해 얻어낸 교훈의 시간(Learning by Mistakes)


 나의 외시준비 기간은 잘못된 판단과 실패를 통해 대가를 치루며 얻어낸 교훈의 시간이라 부르고 싶다. 물론 주위에 합격하신 다른 분들의 경우를 보면, 많은 경우 각자에게 맞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수험준비를 하였지만, 나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이 다른 수험생 분들께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지난날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본격적으로 고시 공부를 시작한 것은 군대를 제대한 후인 97년 가을이었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만 4년이 넘는 기간이다. 1차에 처음 합격한 것은 99년이었으며 이때의 합격의 기쁨은 너무나 커서 마치 다음해의 2차 시험의 합격도 가까이에 다가온 듯 하였다. 하지만, 이 같은 지나친 낙관주의는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실수가 되고 말았고, 1차 시험과는 성격이 상당히 다른 2차 시험을 동일한 방식과 마음가짐으로 대비한 것이 결국 실패의 원인이 되었다. 2차에 대한 준비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너무나 여유 있는 마음으로 그룹 스터디나 학원이라는 일반적인 방법대신 혼자서 해나가는 공부에 안주하고 말았던 것이다. 특히 5년 만에 다시 시작한 독일어 공부에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해야 했으며, 경제학과 재정학의 경우도 전공이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결국 다음해 2차 시험에서 저조한 성적을 얻는데 일조하였다.


  결국 2000년 4월에 치러진 2차 시험에서는 대부분의 과목에서 시간조절에 실패하고 당황스럽게 답안지를 채워버리는 쓰라린 경험을 맞보아야만 했다. 결국 준비가 소홀했음을 반성하고 부모님께 다음해에 동차로 합격하겠다는 약속을 드리고는 시험 준비를 다시 시작하였다.
 
 이때 공부장소도 예전의 고시원에서 학교도서관으로 바꾸고 그룹 스터디도 시작하였다. 스터디는 전 과목을 강의식으로 진행했고, 학원모의고사 및 고시 기출문제를 빠뜨리지 않고 풀어보는 과정에서 내 자신이 그동안 시험이 아닌 내가 원하는 공부만을 해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차의 경우, 겨울이 다가오면서 1차 시험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12월이 되면서부터는 뒤늦게 시작한 1차 시험 준비에만 매달리게 되었는데, 그 해 1차 시험에서 뜻밖에도 합격선을 10점 이상 넘는 점수를 얻게 되면서 2차에서의 합격도 상당히 자신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의 기대와는 달리, 실제로는 스터디 구성원 중 나만이 불합격하는 뜻하지 않은 결과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아마도 나의 인생에 있어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 이 때가 아니었던가 생각해 본다. 당시 나에게 있어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자신감이나 의지는 남아있지 않는 듯 했다. 꼬박 이틀간을 제대로 자지도 먹지도 않은 채 생각에 빠져들었다. 여유가 없는 집안 형편상 계속 고시공부를 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한 번 더 남은 2차 시험의 기회를 포기한다는 것은 훗날 지울 수 없는 아쉬움과 후회를 남길 수 있다는 생각에 결국 8월에서야 고심 끝에 다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 때 가장 먼저 한 것은 철저한 실패의 원인 분석이었으며, 그중 가장 큰 요인은 답안작성 요령의 부족이었다. 학원이나 실제 모의고사를 통한 답안작성 연습이 턱없이 부족하였고, 이는 곧 시간조절의 실패와 알아보기 힘들 만큼 지저분한 글씨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2001년 8월 2일 다시 공부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한글 글씨 교본을 여러 권 구입한 것이었다. 이때부터 매일 공부 못 지 않은 많은 시간을 글씨연습에 투자하였으며, 이로 인해 종종 도서관에서 의아한 눈길을 받기도 하였다. 답안작성 연습을 통한 시간 조절과 논리적인 목차구성은 1월부터 시작된 학원의 G. S. 강의를 통해서 실전감각을 익혀갔다. 하루하루 실제 시험장에 있다는 각오 아래 답안 작성에 정성을 다하였으며, 예상 밖으로 모든 과목에서 성적이 흡족하게 나오면서 시험에 대한 두려움도 줄어들고 자신감도 되찾을 수 있었다.


 작년의 경우에는 더 이상 졸업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18학점을 들으며 2학기를 다녀야 했다는 점이 1차 시험 못 지 않은 부담이 되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빠듯하게 겨우 목표한 공부량을 채워나갔던 생활이 오히려 슬럼프를 잊고 지낼 수 있는데 도움을 준 것 같다.  고시생활에는 어울리지 않는 여유를 가지는 예전의 낙천적인 성격을 극복하기 위해 올해만큼은  결코 내 자신과 타협하지 않겠다고 결심하였고 매일 하루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부모님께 안부전화를 드리면서 나의 하루를 돌아보고 각오를 새로이 하곤 하였다.


III. 꿈이 아닌 현실로(Dreams come true)
 
 드디어 2002년 4월이 다가오고 말았다. 마지막 한달은 정든 학교 도서관을 떠나 독서실에서 준비하기로 하였지만, 이 기간은 결코 쉬운 시간이 아니었다. 이제까지 공부해왔던 분량을 한꺼번에 정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고, 체력 또한 이제는 한계를 드러내었다. 결국 모든 내용을 정리한다는 생각대신 중요한 부분만을 선택적으로 보는데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시험이 임박해서는 새로운 내용이나 깊이를 더하는 대신 출제가 예상되는 부분만을 집중적으로 보고 가는 것이 심리적 안정과 자신감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2차 시험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첫날 영어와 국제정치학으로 시작되었으며, 영어의 경우, 첫 시간이라서인지 매우 긴장되는 것은 피할 수 없었으며, 국제정치학은 예상 외로 평이한 문제가 출제된 것이 오히려 더 당황스러웠는데, 세부목차에서 차이점을 부각시키려 고민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보내었다. 예년과는 달리 첫날의 시험에 시간조절과 글씨가 안정되어 그것만으로도 나에게 상당한 자신감을 주었다. 둘째 날의 재정학은 고득점까지도 얻을 수 있으리라 자신하던 과목이었으나, 역시 한 줄 한 줄 나도 모르게 욕심을 부리다 보니 시간에 쫓겨 의외로 두서없는 답안이 되어버린 것 같아 씁쓸하였다.

 예상치 못한 상황은 다음날 전략과목이었던 경제학에서 발생했다. 평소 자신이 있던 미시경제학은 출제되지 않고, 국제 무역론에서 생각지 않은 문제가 출제되어 당황한 것이다. 결국 시간조절에 실패하고 3번 문제까지도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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