考試제도 폐지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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考試제도 폐지해라고?
  • 이상연
  • 승인 2002.07.0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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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 일간지의 대토론회에서 발제를 한 김태유 서울대 기술정책대학원 교수는 "전문가가 정부에 등용될 수 없는 현재의 고시제도는 국가 발전의 저해요소"라고 말했다. 또 김동훈 국민대 법대 교수는 "합격이 곧 신분상승을 의미하는 전근대적인 고시제를 폐지하고 개방형·계약제 임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보도에 우리는 그 진의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것이 사실이라면 당혹감과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김태유 교수는 고시제도를 통한 인재 등용은 20세기 국가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지만 고시제는 첨단 과학기술이 국가 발전을 선도하는 21세기에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효율성을 가질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 그는 과학기술을 깊이있게 이해하는 전문가가 정부에 등용될 수 없는 현재의 고시제도는 비생산적인 국가 엘리트 계층을 형성하고, 결과적으로 국가 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조선 말기 과거제도가 19세기 이후 세계 산업 체제를 근본부터 뒤바꾼 산업혁명을 이해하는 인재 등용을 막음으로써 국가의 쇠망을 가져온 것에 비유했다.


  김동훈 교수는 고시로 인력을 선발하면 해당 업무에 적합한 사람 대신 시험이라는 제도에 가장 잘 적응한 사람이 뽑히는 경향이 있다는 주장이다. 즉 주어진 내용의 충실한 습득, 반복 학습을 통한 정형화된 지식 축적, 시험장에서 답안 구성에 필요한 암기력 등이 우수한 사람이 채용된다는 것이다. 또한 고시 합격자들은 '동기(同期)'끼리 폐쇄적인 '이너 서클(Inner Circle)'을 형성해 개방적이고 공정한 행정 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방형·계약제 임용 범위를 확대해 고시제를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두 교수의 주장이 원론적인 측면에서 주장했다면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지만 국민적 파장을 야기할 수 있는 언론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고시제를 폐지해야한다는 극단적인 처방을 제시했다는 것은 오히려 현실성이 없는 묘두현령(猫頭縣鈴)에 다름 아니다라는 생각이다. 어떤 제도이든 각각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고 단점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게 우선이지 제도를 무조건 없애자고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더욱이 고시제의 개편이 예고된 시점에 실행 가능성이 희박한 쓸모없는 공론(空論)으로 혼란만 부추긴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수립 이후 50여년 동안 국가공무원 선발의 중추적 역할을 해 온 고시제도는 성장과 개발시대의 국가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나,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함으로서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우수인력이 비효율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문제점들이 꾸준히 제기되어 온 터에 정부는 올해 초 공무원임용시험령을 개정하는 등 21C 개방화·지식정보사회에 적합한 우수인력을 공직에 적극 유치하여 정부부문의 경쟁력 향상과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행시 등 국가고시제도의 개편을 꾸준히, 그리고 점진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 고시제의 단편적인 지식위주의 시험이라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2004년부터 단계적으로 '공직적격성테스트(PSAT)'로 대체되고, 면접도 대폭 개선해 종합적인 사고·판단력 위주로 인재를 선발하는 방식으로 유능한 인재를 채용하는 한편, 고시제로 충원하기 어려운 과학기술 인력 채용을 위해 개방형 임용제 등 다양한 채용 방식을 활용하면서 고시와 개방형 임용제를 적절히 조화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어느 한쪽을 폐지하는 등 극단적인 해결책은 오히려 과유불급(過猶不及)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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