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경환 신임 서울대 법대 학장
상태바
[인터뷰] 안경환 신임 서울대 법대 학장
  • 법률저널
  • 승인 2002.06.26 14: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6월 21일 오전 서울대 법대 학장실에서 안경환 신임 법대학장을 만나 법과문학, 사법시험제도, 법대개혁 등을 들어보았다. (▼안경환 교수 △장정화 기자)


 △ 제21대 법대 학장에 당선된 소감과 앞으로 중점을 두고 추진하시고 싶은 일은 무엇입니까.
 ▼ 학장 한 사람이 마음먹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폭넓은 의견의 수렴과 진지한 토론을 거쳐 국민이 서울법대에 기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 대학 내 다양한 보직 외에 참여연대를 만들었고, 현재 중앙일간지의 고정칼럼필자로, 한국헌법학회장 등 대외적인 활동도 많이 하고 계시는데 학장이 되셔서 힘든 점이나 부담스러운 점이 있다면.
 ▼ 게다가 최근에 (6. 14) 전국법과대학장협의회의 회장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모든 일이 힘들지요. 그저 최선을 다하려고 할 뿐입니다.


 △ '법과 문학사이' '셰익스피어, 섹스어필'  '법과 영화 사이' 등 법률 에세이를 출간해 '법학자이면서 문학'을 논하는 교수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
 ▼ 나는 법학이 종합적인 지적체계라고 믿고 그렇게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과 문학'을 시도한 이유는 법학이 이른바 '지성세계'의 중요한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소신에서, 그리고 '법과 영화'는 지적 성향의 대중과의 소통에 유익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법학의 가장 취약점이 지성과 대중으로부터 외면, 소외당하고 있는 현상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극복해 보려는 작은 시도였습니다.   


 △ 교수께서는 '법과 대중'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계시는데 훌륭한 법률가는 어떤 것인지.
 ▼ 민주주의 사회에서 법률가는 서비스맨이 아니겠습니까? 공적 서비스이든 사적 서비스이든 끊임없이 서비스맨으로서의 지식과 자질을 연마해야만 훌륭한 법률가가 될 것입니다. 

   
"법률가는 서비스맨으로 지식과 자질을 연마해야"
"시험성적만으로 법률가 양성은 재고돼야"
"법대 고시반은 여론수렴 후 결정"


 △ 현행 사법시험 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계시는 것으로 아는데 그렇다면 문제점은 무엇이며 개선방향에  대한 고견을 주신다면.
 ▼ 우리의 사법시험은 그 동안  우리나라의 사법 지도자를 길러내는데 나름대로의 기여를 했습니다. 그러나 급격하게 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려면 오로지 시험성적만으로 판, 검사를 양성하는 제도는 심각하게 재고되어야 합니다.


 △ 본지가 창간4주년을 맞아 전국법대교수 여론조사에서 1차 시험의 법률선택과목은 일정한 점수를 획득한 경우 총점에는 산출하지 않는 소위 '패스(Pass)제'의 도입에 69.6%가 '찬성'하셨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찬성합니다.


 △ 또 로스쿨이나 법학전문대학원 도입에 대해서 55.7%가 '찬성'하고 있는 반면에 '반대'도 38.3%로 만만치 않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나는 대학원과정으로서의 법학교육을 원칙적으로 찬성합니다. 다만 현행 제도가 가지는 장점도 십분 살려야 할 것입니다.


 △ 2005년부터 법률시장이 개방됨으로써 법조계에 미칠 영향에 클 것으로 보는데 이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 국제적 감각을 갖춘 인재를 배양하도록 법과대학과 연수원 교육을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 본지가 지난해 서울대 법대생을 대상으로한 설문조사에서 '교수들이 권위적이고 보수적이다'라는 응답이 매우 많았는데 다행히 교수께서는 학생과 소통하는 학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구체적인 계획이 있으시다면.
 ▼ 내가 학생 때도 그랬어요. 언제나 교수와의 거리를 느끼지요. 설문지의 답은 신빙성이 있지만 학생들 자신의 책임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교수로 재직하는 전 기간 동안 나는 학생들이 사전 약속 없이 찾아올 수 있는 학생면담시간을 정해두었어요. 그런데도 이용하는 학생이 극소수에 불과했어요. '지도반 학생'으로 배정된 사람 중에는 4년동안 8차례 열린 전체 모임을 포함하여 단 한 차례도 나타나지 않은 사람도 있었어도.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했는데도 말입니다. 다른 교수들에게도 '학생면담 시간'제도를 채택하도록 권장하겠습니다. 


 △ 법대에 고시반을 만드는 것에 대해 대학의 고시학원화 등의 이유로 반대 여론이 높지만 현실적으로 학생들은 고시반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많은데 이에 대해서는.
 ▼ 학생과 교수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한 후에 결정하겠습니다.


 △ 지금까지 서울대 법대가 한국법학교육 및 법학연구의 산실의 역할을 해 왔지만 한편에서는 서울대학의 위상과 역할을 고려해 볼 때 매우 폐쇄적이라는 비판도 많아 법대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서울법대에 대한 비판이 때때로 과도하고 사실과 다른 부분도 많지만 경청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겸허한 자세로 수용해야 할 것입니다.

 

 △ 대학시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유학생활 중에 힘들었던 일이 있었다면.
 ▼ 당초 유럽 유학에 뜻을 두었으나 미국으로 가게 되었어요. 미국에서 법을 공부하면서 방법론상 큰 차이를 느꼈어요. 법에는 정답이 없고, 오로지 최선의 답이 있을 뿐이라는 가치의 상대주의가 처음에는 힘들었어요. 그런데 그게 얼마나 자유라는 이념을 구현함에 중요한 태도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진리란 선험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토론과 대화를 통해 발견하고 만들어 간다는 태도, 그것이야말로  자유주의의 핵심이고 법학의 본질적 속성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어요. 제가 지금까지 한국에서 벌인 모든 저술활동의 바탕이 된 것이 바로 이러한 자유주의의 가치관이었어요.
     

 △ 끝으로 서울대 법대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새 세기는 모든 면에서 법률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사명감을 가지고 지식을 연마하고 교양을 축적하여야 합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