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고시 합격수기]“외교관에 대한 비전과 목표가 명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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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무고시 합격수기]“외교관에 대한 비전과 목표가 명확해야”
  • 법률저널
  • 승인 2009.07.03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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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환 제43회 외무고시 외교통상직 합격·대원외고 유학반 졸업·Amherst College 재학

 

I. 들어가며

 

고시란 고등고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고통스러운 시험이기도 하다던데, 고시생으로서의 하루하루의 일과를 보내면서 때로 힘들 때면 ‘올해에는 반드시 합격기를  써보리라’는 각오를 새로이 하며 마음을 다잡았었는데,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데 대하여 감사를 드립니다.


저도 공부하는 동안 먼저 합격한 선배들의 글을 통하여 새로운 용기를 얻기도 했고 자극도 받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제 글을 읽으시면서 작으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보람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II. 신림동에 들어오기까지: 유학과 고시의 갈림길

 

저는 본래 대원외고 유학반에서 곧바로 미국 동부의 보스턴 인근에 있는 Amherst College로 유학을 간 학생입니다. 미국대학에 다녔기 때문에, 국내 대학생들처럼 학업과 고시를 병행할 수는 없었습니다.


내심 외교관의 길을 가기로 결심한 저는, 그래서 우선 Amherst College에 재학하는 동안 학생 대 교수 비율이 약 7대1 정도인 학교의 특성을 살려서, 개별적으로 교수님께 자주 찾아가 질문을 하며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우려 노력했습니다.
미국 대학은 특히 글쓰기와 토론을 중시하는데, 저는 저학년 시절에 역사학과 법철학, 경제학 등의 수업을 들으면서 ‘영어 글쓰기’의 기초에 대해서 크게 도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정지작업을 마친 저는 겨울방학을 맞아 귀국한 것을 계기로 신림동 고시촌에서 본격적으로 외무고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미국대학 재학생이지만 영어능통이 아니라 일반 외교통상직으로 지망을 하였습니다.

 

III. 신림동에서의 생활

 

1. 생활의 전반적 흐름: 계획표와 스톱워치의 일상화

고시생활은 반복적 일상을 어떻게 관리해 나가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자기관리를 위하여 일주일 단위 및 각 요일별로 오전/오후/저녁으로 3분하여 공부시간을 계량화한 도표를 활용하여 공부시간의 절대량을 기록했습니다. 그 목적은 일요일을 포함하여 일주일 동안 하루 평균 공부시간을 10시간으로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스톱워치를 사용하여, 잡념없이 순수히 집중해서 공부한 시간만을 기록했습니다. 자료를 찾느라고 뒤적이는 시간, 딴 생각하는 시간에는 모두 스톱워치를 멈추어 두었습니다.
 
2. 공부의 전반적 흐름: 학원, 원룸, 스터디의 3박자

고시생이라면 학원, 독서실(또는 원룸), 스터디 그룹, 이 3가지는 대부분 비슷하게 공유하는 사항들일 것입니다. 제 경우, 수험생활 1년차에는 학원 : 독서실 : 스터디의 비중이 50:35:15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2년차부터는 이들의 비중이 20:50:30으로 조정되었고, 특히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것을 그만두고 원룸에서만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신림2동 ‘광신서원’에서 공부했는데, 모든 참고자료가 책꽂이에 함께 있어 즉시 찾아볼 수 있어서 효율적이었고, 방 위치가 괜찮아 피곤하면 잠시 눈을 들어 창밖의 나무들과 산을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웃집 정원의 백구도 이제는 하나의 추억거리입니다.


IV. 각 과목별 공부방법

1. PSAT(공직적성평가 시험)

1차시험 과목인 PSAT(Public Service Aptitude Test)는 “해도 오르지 않는 과목”이라는 인식이 일부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제가 1차시험 스터디를 하면서 느낀 점은 공부를 하면 PSAT도 반드시 성적이 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도 미국대학에서 귀국하던 첫해에 1차시험을 볼 때에는 PSAT에 대한 감이 전혀 오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준비 없이 시험 삼아 응시했었는데,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특히 자료해석은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일단 출제경향을 파악하고 나서는 주저함없이 일로 매진할 수 있었습니다. 여름에 들어서면서부터 PSAT준비를 위해 시중에 있는 자료해석 문제집을 구입하여 하루에 한 시간 정도씩 풀어 나갔습니다. 11월부터는 하루에 20문제씩을 아침시간에 풀며 감을 익혀 두었습니다. 12월부터는 언어논리, 자료해석, 상황판단에 관한 모강을 모두 수강했고, FC까지도 수강했습니다. 틀린 문제는 해설지와 대조해가면서 다시 풀어보았습니다. 


돌이켜보면 PSAT 관련 문제들을 수천 개는 푼 것 같습니다. 특히 날개출판사의 ‘로스쿨 적성시험 일본기출문제’ 1권, 2권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자료해석, 상황판단 문제들에 대한 대책으로써 크게 유용하였습니다. 그리하여 2008년도 1차시험 결과는 투자한 것 이상으로 점수가 잘 나왔습니다. 행정고시 재경직 합격수준의 고득점이었습니다.


결국 저같이 백지상태에서 출발하더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PSAT의 성적이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입니다. 


2. 영어
평소에 영어 공부를 하며 중시했던 것은, 짧은 시간일지라도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영어를 대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영자신문을 구독하지 않았고, 많이 보는 일부 잡지들도 보지 않았습니다. 영어 스터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혼자서 최대한 많이 쓰고, 그것을 믿을 만한 영어실력자에게 첨삭을 받은 후 다시 혼자서 고쳐보는 노력을 했습니다. 특히 시간을 재면서 시간의 압박 속에서 글을 써내는 것을 중시했습니다.


‘영어 에세이’는 일주일에 한 번씩 반드시 썼고, 1:1 첨삭도 받았습니다. 최근 에세이가 점수 편차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에세이 연습의 중요성은 더욱 두드러진다고 봅니다.


3. 국제정치학

국제정치학은 ‘국제정치학’과 ‘외교사’로 이뤄지는 흥미로운 과목이지만, 득점하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일단 읽어야 하는 기본서들이 여러 권이고 논문도 다양해서 정리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는 이것저것 많이 읽기보다는 기본개념을 충실히 정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국제정치학은 국제정치패러다임, 현대국제관계와 한국, 그리고 변환의 세계정치를 중심으로, 외교사는 김용구 교수의 외교사 책과 학원가의 교재를 집중 정리하여 공부했습니다.


저는 모든 논문과목에서 ‘미니 서브’를 활용하였는데, A7 크기의 index card에  핵심개념과 연도, 그리고 외교사의 경우 협정의 핵심내용까지 적어서 손에 들고 다니면서 외우기도 하고, 막판에는 정리용으로도 사용하여, 그 결과 고득점의 효과를 보았습니다.


물론 국제정치학 및 외교사에 관한 기출문제와 학원 문제를 풀어보는 답안 작성 스터디도 병행하였습니다.


4. 국제법

국제법은 ‘국제법’과 ‘국제경제법’으로 이뤄지는데, 공부의 범위는 기본서와 조약집에 걸쳐 있습니다. 일반 국제법은 기본서를 위주로 조약을 외우고, 국제경제법은 조약집을 위주로 기본서를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초시생 때에는 잡다한 느낌의 조약을 어떻게든 안 외우고 국제법을 해결해 보려고 기본서만 많이 보았는데, 그다지 고득점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2년차에는 마음을 다잡고, 조약 스터디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역시 미니 서브카드로써 A7 index card에 수많은 조약을 깨알같이 적어서 들고 다니면서 외웠고, 또한 판례 인덱스 카드도 만들어서 핵심을 정리했습니다. 국제법과 국제경제법을 정리한 양만해도 A7 카드로  수백 장은 될 것입니다.


재시생 때에는 실제상황에서처럼 논술형 답안을 많이 작성하려고 학원 모의고사를 거의 거르지 않고 참여했고, 따로 시간을 쪼개어 기출문제를 가지고 답안을 작성해 보는 스터디 모임도 진행했습니다.


기본서로는 김대순 교수의  국제법론 12판으로 초시생 시절을, 13판으로 재시생 시절을 보냈고, 국제경제법은 국제경제법학회의 책과 조약집을 보았습니다. 국제법 논문은 그다지 많이 보지는 않았으나, 기본서에 없는 내용의 논문 몇 편을 빠뜨리지 않고 읽어두었던 것이 이번 시험에 출제되어 결정적인 효과를 보았습니다. 


5. 경제학

경제학은 정말 힘든 과목이었습니다. 경제학이란 이름하에 ‘미시경제학’, ‘거시경제학’, ‘국제경제학’ 등 3권의 책이 존재하는 것이 너무도 버거웠습니다.


그러나 해내야만 했기 때문에 열심히 하였습니다. 그리고 해냈습니다.


여담이지만, 미시경제학 계산 문제를 반드시 맞춘다는 각오로 재시생 때에는 ‘해설이 있는 미시경제학’을 네 번이나 풀고 시험장에 들어갔는데, 정작 미시에서 계산 문제가 하나도 나오지 않아 상당히 안타까웠습니다.


미시경제학의 교과서는 이준구 교수 책으로 시작해서 이영환 교수 책으로 마무리했습니다. 거시경제학은 정운찬·김영식 교수 책과 함께 맨큐 원서를 보았습니다. 국제경제학은 초시생 때는 김신행 교수 책으로 보고 재시생 막판에 김인준 교수 교과서를 사용했습니다.


경제학은 막판의 기출문제 스터디가 큰 도움이 되었는데, 경제학 과목의 외무고시, 입법고시, 행정고시 일반행정직, 행정고시 재경직 등의 기출문제 전체를 2001년경부터 최근 것까지 모두 풀어보았습니다.


6. 제2외국어
제2외국어는 배점이 50점이라, 적당한 실력이 있으면  자칫 손을 놓을 수도 있는데, 역시 언어이므로 잠시라도 감각을 무디게 했다가는 막판에 큰 타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선택한 제2외국어는 독어였는데, 저는 김영도 교수의 독일어작문연습 책을 인덱스 카드에 중요 부분을 통째로 옮겨서 정리하여 들고 다니면서 밤낮으로 외웠습니다. 독어의 인덱스카드를 수백 장이나 썼습니다.


그리고 전치사의 격과 중요 구문을 외우기 위해 원룸 사방 벽면에 포스트잇으로 붙여놓고 수시로 보았습니다.
학원에서는 김미선 선생님의 독일어 강좌를 들었고, 모강은 반드시 2개월 모두를 수강했습니다. 또한 국지연 선생님의 강의도 수강했고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V. 면접에 대하여

 

1. 면접의 개요와 구성
3차 면접을 준비하는 것은 사실 가장 장기적인 접근을 요구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언어 습관, 발표 태도, 그리고 질문에 대한 반응 방식 등은 2차 후 3차 전 한 달 동안 완전히 고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만 면접에 있어서 단정하고 깔끔한 외모는 가점 요인일 수 있으므로, 면접 준비기간에 ‘이미지 컨설팅’을 받아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외무고등고시 제3차 시험의 경우, ‘모의협상’, ‘개별 프리젠테이션’, ‘개별 면접’으로 이루어진 블라인드 면접입니다. 즉, 성명, 수험번호, 1차 접수 시 제출한 사진 외에는 면접관에게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올해부터는 주민번호 앞 두 자리 출생연도까지 제공되지 않아 응시자의 나이에 대한 정보도 제공되지 않습니다. 면접관들은 본부대사(또는 국장), 교수 그리고 헤드헌터 3명으로 구성됩니다.

 

2. 면접 당일 가장 먼저 하는 것: 사전조사서 작성

사전조사서는 매년 그 질문이 다르므로 특별히 정형화된 질문의 유형은 없다고 봅니다. 금년의 경우, 작년과 달리 단 3가지 질문만 주어졌습니다. A4용지 한 쪽 분량인데, 질문 수가 적다는 것은 그만큼 한 항목에 대해 심도 있게 답변해야 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질문은 “자신의 희생 등을 감수하고 봉사활동을 한 경험”, “어려운 문제 상황을 자신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극복한 경험”, “팀 내에서 자신의 역할과 이와 관련하여 문제를 해결한 경험” 3개였습니다.
오후 개별면접에서는 사전조사서를 바탕으로 특히 헤드헌터가 상세질문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확실하지 않은 정보는 사전조사서에 기재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3. 모의협상: 약 90분간 진행

협상은 A국과 B국으로 나뉘어 4명 대 3명으로 실시되었습니다. 훈령이 적힌 용지가 배부되고 각 응시자에게는 협상 진행 내용을 적을 수 있는 백지가 한 장씩 주어집니다. 10분간 협상배경과 달성목표를 읽고 정리할 시간이 있습니다. 주제로는 “한미 아프간 재파병 문제”가 나왔습니다. 다행히도 면접 스터디를 할 때 스터디원들과 준비했던 경험이 있어 도움이 되었습니다.

 

4. 개별 프리젠테이션과 개별 면접: 약 40분간 진행

개별 프리젠테이션 주제는 “ODA의 양적 증대 방안과 ODA 전달체계의 효율성 증대 방안”이었습니다. 발표 내용에 대해서 상당한 압박성 질문과 후속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이 때 당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응시자가 제시한 방안에 대해 면접관이 비판을 했을 때 응시자의 대처 태도를 보는 것이 면접의 의도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후 개별 면접에서는 “외교관의 덕목은?”, “공무원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인적 신념은?”, “봉사활동을 왜 시작했는가?” 등등을 비롯한 여러 질문들이 나왔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많이 녹여서 답변하는 것이 중요하며 구체적인 대답이 필요합니다. 주변을 맴도는 답변보다는 면접관들이 원하는 간결하면서도 의도를 파악한 답변이 좋은 점수를 딸 것입니다.

 

VI. 마무리하며

 

지난 2년여의 고시생활을 돌이켜 보면 힘들고 불확실한 순간들의 연속이었지만, 외교관에 대한 비전과 목표가 명확했고, 올해에 합격이 안 되면 미국대학의 학업을 위해 반드시 신림동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데드라인이 서있었기 때문에 그 절박함까지 더해져서 단기간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가짐에 더하여, 훌륭한 선배들과 스터디원들이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현재 외교통상부에서 근무하는 김대환 선배는 고시생활 내내 수험 전반에 대하여 귀중한 멘토로서의 조언을 해 주었고, 이은옥 선배는 국제법의 난해한 부분에 관하여 조목조목 잘 가르쳐 주었습니다. 한 해 먼저 합격한 김상일, 이영신, 조하나 선배들도 진심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었습니다.


또한 그간 함께 스터디를 하면서 귀중한 시간을 보냈던 우리 스터디원들과, 좋은 강의를 위해 언제나 노력하시는 신림동 학원가의 강사님들, 때마다 신속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주신 ‘법률저널’에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직 공부를 계속하시는 분들께는 다시 한 번 용기를 갖고 분투하셔서 반드시 승리하시기를 빕니다.


끝으로, 제가 흔치 않은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전적으로 도와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리며 이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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