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고시 수석 합격기]“불안함과 절박함이 합격의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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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무고시 수석 합격기]“불안함과 절박함이 합격의 원동력”
  • 법률저널
  • 승인 2009.06.26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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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윤 제43회 외무고시 수석·서강대 영문과 졸업

 

1. 들어가며
저는 사실 합격 수기라는 것을 고시공부를 시작하고 나서는 거의 읽지 않았습니다. 남이 잘 된 이야기를 굳이 읽지 않으려는 옹졸함(?)때문이기도 했지만, 타인의 공부 방식을 읽고서 이도저도 아닌 길을 가게 될까 걱정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합격수기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망설여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제가 고시공부를 했던 방식 그리고 제가 고시공부를 하면서, 신림동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을 적으려고 합니다.

 

2. 고시공부의 출발선
저는 2004년에 학교를 졸업하고 2년 4개월 동안 장교로 군복무를 했습니다. 흔히, 간부로 군복무를 하면 자기시간을 갖고 공부도 하는 등 나름 편안한 일상을 누리리라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지만, 저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강원도 최전방에 있으면서 부대 일도 격무였고, 여러 가지 생활여건도 매우 열악했으며, 여기에 개인적인 게으름이 더해져 사회로 나올 준비를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2006년 6월 전역을 하니 토익점수도 자격증도 하나 없는 처지였습니다. 이에 어차피 당장 취직하기 어려울 바에야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던 외교관에 도전하기로 마음먹고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돌아갈 학교도 없고 졸업한 지는 이미 3년이 지난 저의 상황은 한 마디로 벼랑 끝이었습니다. 이런 불안함과 절박함은 한편으로 공부에 장애가 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합격으로 이끌어 준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소 독서량 늘려 속독력 키워야”


3. 1차 준비
참가에 의의를 둔 2007년도 1차 시험에서 저는 뜻밖에도 꽤 좋은 점수로 합격을 했습니다. 그래서 자만한 나머지 2008년도 1차 시험에서는 시험 1달 직전까지 거의 1차 공부를 하지 않았고, 당연히 떨어졌습니다. 저는 1차 공부를 하면서 스터디는 한 번도 하지 않았지만, 학원 모강은 조금 활용했습니다. 물론 학원 문제가 좋거나 학원에서 푸는 문제 자체가 도움이 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2차 준비에 매진하다가 1차 준비를 하는 기간은 채 3달이 되지 않으니, 이런 한정된 기간에 가장 효율적으로 공부하려면, 80분이라는 제한 시간 내에 최대한 실전과 같이 문제를 푸는 학원이 다소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12월부터 모강도 듣고, 집에서 PSAT 3과목을 하루에 각각 40문제씩 푸는 식으로 1차 준비를 한 결과, 올해는 안정적으로 1차를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1차 시험의 요령은 우선, 자기가 푼 문제의 정답률을 최대한 높이는 것입니다. 저는 각 과목에서 5문제씩은 버린다는 생각으로 임했고, 일단 손대기 시작한 문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풀었습니다. 이 때 문제를 선별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PSAT 문제유형이 어느 정도 고착화되었기 때문에, 어떤 문제를 버리느냐 하는 것은 기출 유형의 철저한 분석으로 자신이 강점을 보이는 분야를 알아냄으로써 가능한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 절대 그냥 찍지 않았습니다. 선택지 하나라도 제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세 번째, 융통성이 있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문제를 반드시 정면접근으로만 풀지 말고, 선택지의 숫자를 바로 대입한다든가 하는 요령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올해 자료해석을 이런 식으로 풀어서 상당한 재미를 보았습니다.


사실 1차 시험에 왕도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80분간 최대한 집중력을 잃지 않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다만 1차 시험에서 속독을 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평소 독서량을 늘려 속독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PSAT에 대비한 가장 중요하다면 중요한 준비인 것 같습니다. 많은 수험생들이 사설 학원, 문제집의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불평을 하지만, 제 생각에는 어떤 문제건 간에 정답에 연연하지 않고 시간조절 연습을 한다는 생각으로 푼다면, 그 안에서 나름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3. 2차 준비


“영어가 거의 체현되는 수준에 달해야”


1) 영어
저는 영문과를 나왔지만, 학창 시절의 영어는 문학을 공부하는 도구였을 뿐, 이것이 영어시험 점수로 연결되지는 않았습니다. 대학시절 토익점수가 750점을 넘은 적이 없고, 지난 3번의 시험 모두 TEPS 점수도 간신히 700점을 넘는 정도로 기본적인 영어실력은 수준 이하였습니다. 그래서 부끄러운 얘기지만, 외시에 가장 효율적인 영어만(?)을 공부했습니다. 우선 저는 정영한 선생님의 수업을 1년가량 들었고, 예전자료도 많이 구해서 공부했습니다. 1주일 치 수업 분량을 하루에 공부하는 방식으로 해서 하루에 4시간 반 정도를 영어공부에 투자를 했고, 제가 가진 모든 수업자료를 3-4회 정도 반복했습니다. 수업을 듣던 토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영어공부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제시된 문장을 일일이 쓰면서 했지만 3월-4월에는 눈으로 훑어보는 속도로 단어, 구문, 문장이 떠오르게 됐습니다. 이렇게 영어공부를 하다보면 다소 기계적으로 영어를 구사하게 됩니다. 기계적이라는 말에 반감을 가지실지 모르지만, 제 생각에 시험장에서 영어를 생각해내서 시험을 보는 것은 불합격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시험지 안의 70퍼센트의 영어는 대하는 순간 기계적으로 해당되는 표현이 나올 정도가 되어야, 시간 내에 오류를 최소화하여 원하는 작문과 번역, 에세이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어가 거의 체현(?)되는 수준에 이른다면 외시합격은 반은 이루어졌다고 봅니다. 최근 영어점수가 다소 하향 평준화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이렇게 공부를 하면, 1차 시험 뒤 2차를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에 다른 과목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1차 시험기간에도 영어를 쉬지 않았고, 이런 방식으로 2년 가까이를 영어에 투자했습니다. 그 결과 3월-4월에는 영어공부를 거의 안하고도 일정한 수준의 점수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또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단어정리와 구문정리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3월-4월에 매우 수월하게 영어를 공부하실 수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영자신문을 본 기간이 수험기간 통틀어 올해 전반기(?) 2달 이 전부이며, 그것도 집에서 신림동을 오가는 버스나 전철 안에서 본 것입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영자신문을 반드시 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 영어의 경우는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시는 것이 매우 효율적이며, 특히 차 안에서 영어를 공부하는 것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외시공부를 하시는 분들 중 상당수가 강남 통대준비반 수업을 들으러 다니시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사견이지만, 우선 무엇이든 간에 한 가지 출처의 자료를 꾸준히 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며, 굳이 공부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시간 없애며 강남 혹은 다른 곳으로 진출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만약 강남 통대준비학원 자료가 본인에게 맞으시면 그것 한 가지만 열심히 하시는 게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단어와 구문정리 필수”

 

2) 제 2외국어(불어)
저는 어렸을 적에 프랑스에서 3년 가까이를 살다 와서, 제 2외국어의 경우 어느 정도 수월하게 준비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외시 제 2외국어의 경우, 아주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제 2외국어를 처음 하시는 분이면 학원을 다니시는 것이 수월할 것 같습니다. 또한 제 2외국어의 경우 단어정리, 구문정리가 필수적입니다. 시험에 나오는 단어나 구문이 영어만큼 많지 않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는 평소에는 하루 한 두 시간 정도만 제 2외국어에 투자했고, 작문 위주로 공부를 했습니다. 1차 시험 끝난 후 두 달 동안은 모의고사반을 하나 수강했습니다(박훈 선생님에게는 수업 외에도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과 위안을 받았기에 지면을 빌어 깊이 감사드립니다.). 제 생각에 3월-4월 제 2외국어 학원 수강의 장점은 두 가지입니다. 우선, 심리적 안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2외국어는 많은 시간을 투자하자니 아깝고, 안하자니 불안한 그런 과목입니다. 학원을 다니면 ‘남들 하는 것은 나도 한다’는 심리적 위안이 생깁니다. 수험생활에서 불안감을 없애는 건 중요합니다. 그만큼 생각, 집중력이 다른 곳으로 새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강제성의 부여입니다. 사실 제 2외국어 공부는 소홀해지기 쉽습니다. 저는 3월-4월 모강을 들으면서 나름 강제성을 부여한 것이 바쁘고 쫓기는 와중에도 제 2외국어를 꾸준히 공부할 수 있는 배경이었습니다. 또한 작문 또는 번역을 하실 때, 절대로 사전을 사용하시지 말 것을 권해드립니다. 사전을 사용하시면 자기가 몰랐던 단어가 뇌리에 박히지 않을 확률이 높고 따라서 기억도 단기간만 지속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평소 (한국)신문을 많이 읽으실 걸 권해드립니다. 이는 영어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인데, 평소 시사 문제에 밝으실 경우, 번역시 특정 단어를 몰라도 기사 내용만 보고서 그 단어를 유추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제 2외국어 불어의 경우 그 해의 시사 이슈가 나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사 내용을 안다면 한국어 번역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저 같은 경우도 올해 제 2외국어에서 이런 방식으로 채점에서 변별력을 가질 수도 있었던 단어를 맞췄습니다.

 

3) 국제정치학
국제정치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정치학적 글을 쓸 준비가 되어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는 절대 학원 수강과 암기만을 통해서 얻어지지 않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대학 때 정치학을 공부했고, 이는 제가 어떤 사안이 주어져도 정치학적 글을 쓸 수 있는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만약 국제정치학을 처음 접하시는 분이라면, 부단히 스터디 혹은 다른 기회를 통해서 토론을 하실 것을 권장합니다. 정치학의 경우, 자기 논리가 확실해야 합니다. 이론-논리-사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정치학은 정답이 없는 학문이기 때문에, 자기 논리가 없다면 절대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주요 국제정치학자(R. Jervis, Snyder&Christensen, K. Waltz, G. Snyder, R. Schweller등)들의 논문을 영어공부를 겸해서(?) 원전을 읽었습니다. 백과사전식 공부가 아니라 학자를 중심으로 이론의 배경, 맥락, 핵심주장을 정확히 이해하려 했고, 이를 바탕으로 사실을 적용하면서 제 논리를 구성하는 과정을 부단히 연습했습니다. 예를 들어, ‘세계외교사’를 읽을 때, 중요 사건에 각 이론을 적용해서 저만의 논리로 머릿속에 서술하는 연습을 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토론하며 논리를 가다듬었습니다.


저는 국제정치학 공부를 하면서, 백과사전식 혹은 국제법식 국제정치학 공부를 지양하려 노력했습니다. 예를 들어, 올해 2문의 경우, 유엔의 개혁방향에 대해서 수많은 답을 쓸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쟁과 안보에 관한 학문이라는 국제정치학의 본질을 고려할 때, 유엔이라는 집단안전보장제도의 실효적 작동을 위한 이론적 조건과 이를 바탕으로 한 해법을 쓰는 것이 제 개인적으로는 가장 국제정치학적인 답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에 만약 국제기구 관련 접근, 국제법적 접근 등을 한다면, 이는 핵심이 아닌 것 같습니다. 어떤 문제가 주어졌을 때, 국제정치학이라는 학문의 본질을 충분히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학적 글쓰기를 해야 한다고 믿었으며, 이는 부단한 고민과 자기논리의 완성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목차를 잘 짜고, 제목을 멋있게 붙여도, 몇 줄만 읽으면 그 사람의 깊이가 나타나는 것이 정치학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끊임없이 텍스트를 읽고 생각하고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연습이 중요합니다. 정치학은 정답이 없기 때문에, 정치학적 사고라는 큰 틀에서 다양성이 존중될 수 있는 학문입니다.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천편일률적인 답안지에 좋은 점수를 주실 것인가 자문하시면 답은 분명해질 것입니다.


물론 지금까지 제가 쓴 내용은 저의 사견이며, 이 방식은 저한테만 적합한 비보편적인 방식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국제정치학만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정치적 식견과 비판력을 기르셔야 한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학원 수강이 필요하시면 수강하셔도 되지만, 절대로 학원 강의 내용을 암기하는 선에서 끝나면 안 된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국제정치학 학원 수강은 선택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4) 국제법
국제법의 경우, 처음부터 목차를 짜서 달달달 외우는 것은 완전한 시행착오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도 처음에 이 방법을 썼지만, 비록 이런 방식으로 남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매우 비효율적인 것 같습니다. 저는 우선, 교과서를 정독하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해서, 국제법의 큰 틀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수업을 들으신다면 반드시 교과서를 정독하는 예습과 복습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국제법 기본강의를 들을 때, 예습시 교과서 1번, 복습시 교과서 1번을 반드시 정독했었습니다. 단, 관련 조문은 반드시 반복해서 외우려는 노력을 했습니다. 조문을 많이 알고 있으면 답안지를 구성하기가 훨씬 수월한 것 같습니다. 학원 수업을 들으셨다면, 수업 종강 후 그것을 복습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반드시 법적 논리를 바탕으로 국제법을 혼자서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국제법의 관건은, 일목요연하게 10쪽 안에 잘 정리해서 기본적인 내용을 법리적으로 쓰는 것입니다. 저는 예를 들어, 누가 저에게 국제법의 주요 이론 혹은 사안에 대해서 물어봤을 때, 반드시 체계적은 아닐지라도 말로 술술 풀어낼 수 있을 정도가 될 때까지 기본서로 공부를 했고, 그 단계에 이르러서야 목차구성과 암기를 하는 공부단계에 들어갔습니다. 물론 목차구성과 암기는 반드시 필요한 단계라고 생각됩니다. 암기는 가장 기본적인 내용과 판례를 한두 개 숙지하려했고, 회독을 거듭 할수록 외연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저는 공부했습니다. 이러한 지난한 과정을 여러 번 거쳐서야 저는 시험에 어떠한 것이 나와도 국제법 비슷한 답안지를 쓸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국제법은 아직 국가실행이 중요한 학문이고 법이 정비되지 않은 영역도 많은 유연한(?)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자신이 잘 모르는 문제가 나왔더라도(예를 들어 올해 1문), 자신이 아는 비슷한 분야의 국제법을 적용해서 법학 답안지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는 국제법 전반에 대해 이해가 충분해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국제법의 경우, 대목차/소목차 짜다보면, 사실 10쪽 안에 쓸 내용이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평소 조문을 꾸준히 외우시고, 교과서를 여러번 정독하고 이해하여 국제법의 기본을 세우시고, 그 후 기본적인 내용/판례의 암기를 지속적으로 반복하신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절대 학원 모의고사 최고 답안지의 유려한 문체와 넘치는(?) 내용, 언급된 서너 개의 판례에 스트레스를 받아 무리한(?) 노력을 하시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실전에서도 그런 답안지를 쓰시는 분들은 없다고 확신합니다.

 

5) 경제학
2차 과목이 전반적으로 일정 수준에 오른 분들 사이에서 경제학이 당락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고 감히 생각합니다. 즉, 경제학 과목에서 수험생간 실력이 비등하다는 얘기입니다. 저는 최병권 선생님의 수업을 2007년 순환에 따라 한 번 들었고, 선생님이 안 계신 이후에는 수업을 듣지 않다가 올해 3순환(김진욱)만 한 번 들었습니다. 각자 개인적 선호와 편차가 있으니 어느 선생님이 좋은지는 개인의 판단문제입니다. 단, 경제학을 처음부터 요약서로 공부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봅니다. 특히 거시의 경우, 거시경제학을 거시적으로 볼 줄 알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정 수준에 오르면, 반드시 문제를 푸는 연습을 하셔야 합니다. 그러나 행시 재경직 수험생과는 구별되게 문제를 풀어야 하며, 여기에서의 핵심은 가장 중요한 문제를 반복해서 풀어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미시는 해설미시(이영환 저)와 3순환 문제, 거시는 정운찬 저 연습문제 일부와 3순환 정도만을 풀었고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돌발 문제의 경우는, 특히 거시의 경우, 이론을 명확하게 숙지하시고 순발력이 있으시면 남들 하는 만큼 혹은 그 이상 하실 수 있다고 봅니다.


국제경제학은 양은 방대하지만, 나올 수 있는 것은 어느 정도 한정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제경제학은 수험기간동안 1순환(최병권) 1번, 3순환(김진욱) 1번만 들어봐서 학원 강의가 어떤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국제경제학은 서브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제법 목차잡기를 제외하고 제가 서브를 만든 유일한 과목이 국제경제학입니다. 방대하지만 나오는 부분이 한정되어있고 응용이 상대적으로 거의 없는 분야이기 때문에 서브를 만드는 것이 효과가 크다고 봅니다. 시험을 앞두고 전년도 재경직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3순환(김진욱)을 동영상으로 들었는데, 개인적으로 매우 좋았습니다. 국제경제학에 자신이 없었는데, 시험 직전에 들었는지라 모든 내용이 복기되면서 기억에 많이 남아 도움이 됐고, 저에게는 결과적으로 제 2문의 돌발성 문제(2-2문, 2-3문)에 대한 대책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경제학은 답이 어느 정도 뚜렷한 학문이지만, 나름대로 논리가 필요하며, 이 학문 역시 말로 술술 풀어낼 수 있는 정도가 되면 문제풀이에 치중하시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요즘 경제학 시험은 소문제가 총 10-11문제 정도 되는데 이것을 다 맞추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따라서 모든 문제를 풀겠다는 지나친 강박관념을 느끼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미시에서 계산문제(올해는 미시문제가 계산은 아니었지만)는 가능한 한 반드시 정답을 써야 하는 것 같습니다. 

 

4. 3차 준비
3차 준비의 경우, 하시는 것이 안 하시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며, 주 2회 정도가 적당하다고 봅니다. 저는 올해 주 2회 스터디를 했는데, 월요일은 면접 당일 오전 프로그램, 금요일은 오후 프로그램을 연습했습니다. 우리 스터디가 열심히 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상당한 도움이 됐습니다. 3차 준비도 안할 경우, 2차 합격 이후에 불안해질 소지가 있습니다. 수험에 있어, 남들과 내가 다르다는 불안감은 굉장한 마이너스 요소이기 때문에, 이런 차원에서 2차 시험 후 합격여부에 대한 확신이 없더라도 3차 준비를 꼭 할 것을 권해드립니다. 저 개인적으로 자세나 태도가 불안정(?)하고 낯을 심하게 가리지만, 장교 출신이다 보니 군복무 경험 덕분에 3차 시험은 크게 긴장하거나 떨지 않고 치른 것 같습니다. 여성분들 혹은 아직 군대를 다녀오지 않으신 분들은 2차 합격 후 1주일 간 개인 발표 연습을 부단히 할 것을 권해드립니다. 남 앞에서 긴장한 상태로 말하는 것은 실전에 부딪혔을 때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제 3차 시험은 면접위원 및 진행요원 분들께서 매우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어 주시려 하고, 많은 배려를 해주시기 때문에, 편안하신 마음으로 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5. 자신만의 히든카드를 갖고 내가 5급 시험 준비생이라는 것을 생각하자.
저는 신림동에서 1년 6개월 정도, 신촌에서 1년 정도 공부를 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신림동에서 생활하면서 제가 놀란 것은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는 학생이 의외로 많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순전히 제 사견이지만, 정말로 하루에 10시간씩 주 5-6일을 꾸준히 공부하는 분들은 모두 합격선 근처에 있다고 생각하며 이런 분들은 한 100명 정도밖에 안된다고 봅니다. 고시공부를 하면, 우선 이 100명 안에 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이 100명 안에 든다면 여기서 운이라는 것이 다소 작용한다고 솔직히 생각합니다. 따라서 운을 바라기 위해서 100명에 들려는 절대적인 양의 1차적인 노력이 있어야 하고, 다음으로 운을 끌어오기 위한 2차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2차적인 노력이란, 자신만의 히든카드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합격선 근처 100명이 다 알고 있는 것에 더해 자신만의 전략분야가 존재할 때 고시의 합격 확률이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저도 가시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이 100명 안에 들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공부를 했고, 국제정치학을 저의 전략과목으로 삼고서 공부를 해왔습니다.


다음으로, 국가 5급 공무원을 뽑는 시험에 준하는 공부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제 생각에 주 5-6일 10-11시간  공부시간을 확보하시면 2-3년 내에 누구나 합격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공부방법이 중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예를 들어 수능 준비하듯 공부하는 습관은 곤란하다는 생각을 했고, 단순 암기 또는 학원 등에서 주는 요약 자료에 의존하는 공부로는 합격이 어렵다고 생각해 좀 진지한 공부를 하려 했습니다. 고시 공부는 어느 정도 혼자만의 공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서로 연관성이 없는 5개의 과목을 광범위하게 공부하면서 평균 B학점을 맞아야 하는 시험인 이상, 이들 각 과목에 대한 일정 수준 이상의 이해를 위해서는 시간적으로 자신만의 숙성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실제적인 공부 방법까지도 저만의 독특한(?) 방법이면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소위 고수의 방법도 벤치마킹하고, 남들 다 보는 교과서도 보면서 그 안에서 저만의 색깔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모든 과목의 주요 주제에 대해서 말로 충분히 설명할 수준에 이르신다면 고시 합격선에 이르신 걸로 생각되며, 이런 분들은 어떤 문제가 나와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요약이나 남(학원 강사 포함)이 만든 자료에 공부를 의존하시는 것은 아주 나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하면서 의외로 눈으로만 보는 공부를 하시는 분들도 많으신 것 같은데, 사실 모든 사람의 두뇌가 비슷하다고 가정한다면, 손으로 쓰면서 하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6. 고시공부에 상호보완이 될 수 있는 절친(?)을 만들고 놀 때는 철저히 놀자.
고시 생활은 매우 외로운 과정입니다. 사회생활을 하는 친구들은 아무리 친해도 그 어려움과 속사정을 속속 들이 알거나 이해해주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같이 고시공부를 하는 친한 친구 한 명 정도가 꼭 필요합니다. (더 있어도 무방하지만, 그 경우 그 친구 간에는 서로 잘 모르는 친구인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3명이 되면 무리를 지어 다닐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친구가 있으면 마음에 위로가 되고 힘들 때 같이 고민하며, 때로는 하루 정도 작은 일탈을 같이 즐길 수 있어 고시 공부의 활력소가 된다고 봅니다. 저는 이런 친구가 2명이 있었고, 이 중 한 명은 올해 같이 합격하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다른 친구 한 명은 후배인데 내년에 반드시 합격하길 빌어주고 싶습니다.


고시 생활은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감도 많이 느낍니다. 이에 육체적 피로만큼이나 정신적 피로도 큽니다. 저는 특히 퇴로(?)가 없는 상황에서 고시 공부를 시작했기 때문에, 많은 압박과 정신적 피로 그리고 스트레스를 겪었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저는 텔레비전 쇼프로 또는 드라마를 틈틈이 즐겼습니다. 여가나 취미를 혼자서 즐기는 것이 수험에 이롭다고 생각해서 저는 이런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풀었습니다. 개인적 편차가 있겠지만, 자신을 통제하고 자제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오락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스포츠를 좋아해, 주말에 해외축구도 챙겨보고, ‘슬00’라는 온라인 야구게임도 했었습니다. 저는 여가시간을 저한테 주는 하나의 ‘상’으로 생각해, 열심히 공부 할당량을 채운 후 이를 즐기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처럼, 각자 개인만의 방법으로 피로와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2년이 넘는 수험생활에 도움이 되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식은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 날 지장이 없을 정도로 회복이 빠르신 분이라면, 고시 절친과 가끔 음주를 하시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고시공부가 수도생활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이 목표한 공부계획을 충실히 이행하실 수 있다면 충분한 시간을 내어 즐기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7. 글을 마치면서 그리고 감사하는 분들
저도 2년 9개월 정도의 공부기간동안 이루 말할 수 없는 불안감과 회의를 느끼면서 하루하루를 살았고, ‘좌절놀이’에 빠져 스스로를 한심하게 생각하고 비하하면서 자기학대를 하기도 했습니다. 친구나 선후배가 버젓한 기업에 취직해 돈 잘 벌고, 외국의 경영대학원에 가는 모습을 보거나 소식을 들으면서 ‘내가 왜 짓을 하고 있나, 나는 허송세월하고 있지 않은가?’라는 고민을 한 적이 수없이 많습니다. 생각해보면 이런 기간은 무의미한 에너지 소모이며, 불필요한 누수 현상입니다. 저를 아끼시는 분이 ‘외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선택받은 두뇌와 의지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범인들은 월급 준대도 수험생활 못한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아주 좋은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를 아끼고 자신감을 갖는 것이 합격의 한 비결인 것 같습니다. 제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수험가의 한 선생님은‘간절한 마음’이 합격의 지름길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간절한 마음과 절실한 바람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열심히 하게 될 것이고, 그렇다면 합격이 눈앞에 성큼 다가와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글을 쓰고는 있지만, 절대로 합격생 또는 소수점으로 낙방하셨다는 분들의 말에 휘둘려 자신의 페이스나 공부 방법을 버리고 시간 낭비를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일단 이런저런 고민과 조언 속에 자신의 페이스를 잡으셨다면 그 길로 나가시고, 남의 의견을 경청하시되 주체적으로 자신의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셔야 합니다. 고시 합격은 절대 운만으로는 되지 않는 것 같고, 남이 절대로 만들어 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 주체적인 공부를 의지를 가지고 하시면 반드시 건승하시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원래 감사의 말을 안 하려 했지만 압력(?)을 받아쓰게 되니 애교로 봐주십시오. 우선, 경제적 지원, 정신적 격려와 질책을 아끼지 않으신 사랑하는 부모님께 감사를 드리며, 친척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우리 학교 두 명의 K선배, 65대대 소중한 동기들, 사학과 J군 외 131 동기들, 같이 합격한 진엄, 충만, 병호군, 내년에 합격하리라 믿는 대희, 수형, 유나, 은정께도 감사드립니다. 또한 소중한 친구들인 윤석, 창빈, 삼척중 3인방, 그리고 혜란부부도 너무 고맙고, 특히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옆에서 저를 이끌어주고 지켜준 민경양께도 큰 감사를 드립니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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