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100일에 즈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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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100일에 즈음하여
  • 백태승
  • 승인 2009.05.29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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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泰昇 연세대 법과대학.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학교육과 법학계의 지형을 바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도입, 시행된 지 곧 100일이 다가온다. 100일은 연인들에게는 여러가지 사랑의 이벤트를 행하는 시점이기도 하지만 대통령을 비롯한 중요기관의 인물들이 취임하면 100일의 밀월기간은 지나고 언론이 본격적인 비판을 개시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로스쿨이 시행된 지 100일이 되어가는 이즈음 그동안 시행착오는 없었는지 또다른 문제점은 없는지 스스로 짚어보며 평가해 보는 것도 유익하다 할 것이다. 앞으로 약 1000일에 가까운 로스쿨 운영에도 도움이 되고 잠시 숨을 고르는 것은 어디서나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선 법학계 전체에서는 로스쿨 인가교와 비인가교간의 미묘한 신경전과 긴장감이 유지되고 있다. 로스쿨의 총정원과 개별정원을 제한하다 보니 서울 등 수도권 출신자가 지방 로스쿨에 대부분 진입하여 ‘지역균형발전’은 고사하고 벌써 서울권과 지방권의 갈등은 시작되었고 인가교와 탈락교간의 갈등으로 부터 선정학교간의 정원배정의 불만으로 인하여 혼란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인가심사를 담당한 법학교육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의 소속교는 모두 만족할만한 정원을 배정받다보니, 소송도 불사되어 법원에서 지난달 인가심사절차의 위법성을 지적받기도 하였다. 다른 한편 로스쿨 인가교에는 법학부를 폐지하다 보니 로스쿨생과 법과대학생들간에는 피해의식부터 시작하여 자존심 경쟁이 도를 더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각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며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는 지혜와 함께 국제경쟁력있는 양질의 법조인을 교육을 통하여 배출하자는 ‘Law School 법'의 근본취지를 잃지 않는 初心이 절실히 필요하다 할 것이다. 특히 로스쿨 인가요건이 구비된 학교에게는 당연히 로스쿨을 확대·인가하여야 할 것이다. 독과점의 폐혜는 학교교육에도 해당되기 때문이다.


또한 예견된 시행착오이기는 하지만 로스쿨의 중요 교과목 편성에서 그 시간수가 태부족하다는 점이다. 교육부의 로스쿨 인가기준에 맞추어 각 로스쿨은 그 전체 교과목을 5개 과목군으로. 필수과목군, 기반과목군, 심화과목군, 필수실무과목군, 응용과목군으로 편성하고 있다. 로스쿨 첫학기에는 민법, 헌법, 형법 등 기초 필수과목을 개설,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예를 들어 필자도 담당하는 계약법(학교에 따라서는 민법 1)은 학교별로 평균 4-5학점으로 편성,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강의범위를 고려하면 종래 법과대학에서의 교육보다 학점수가 반토막나 강의시간수 자체가 태부족한 것이 교과과정 운영상의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과제물 부과와 보충강의로써 보완하기에는 역부족이기에 부실교육이 우려될 뿐 아니라 앞으로의 심화 내지 실무 및 응용과목 이해에도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진단하여야 할 것이 로스쿨 입학시험의 적절성이다. 특히 법학적성시험문제(LEET)를 살펴보면 이 문제로써 법학적성을 왜 묻는지 의문시되고 더 나아가 마치 自省이라도 하듯이 법대출신에게 법학적성을 다시 묻는 웃지못할 넌센스가 연출되고 있다. 법학적성시험의 폐지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학부교육을 충실히 이수한 자라면 법학학습적성에 적합하고 이른바 ‘스펙’이 중시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의 전문분야에서 열심히 일한 자라면 전문 법조인으로 성장할 자질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잠재력과 성장가능성의 인재를 가려 뽑아 충실히 교육하는 것이 전문교육기관이 하여야 할 역할과 사명아닌가. 점수유지에만 능란하면 할수록 사회적 가치나 정의에는 무신경, 몰이해하여 박스와 콘크리트 벽에 갇혀 있는 사고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大學之道는 在明明德하며 在親民하며 在止於至善이라는 大學의 글귀처럼 지도자는 부단히 스스로를 갈고닦아 백성을 늘 바른 길로 이끌며 새롭게 하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는 말은 로스쿨생이나 로스쿨 입학준비생들도 새삼 새겨야할 부분이다. 미국식 로스쿨의 입학전형의 모습과 교과과정의 흉내로써는 국제 경쟁력 있는 법조인 배출은 요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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