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고시기사의 허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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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고시기사의 허와실
  • 이상연
  • 승인 2002.05.29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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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겨레신문의 집중기획팀이 보도한 '사법시험 광풍 심하다'라는 기사를 두고 본지와 관련 신문사의 게시판에서 네티즌 사이에 공방(攻防)이 벌여지고 있다. 기사는 고시광풍의 실태와 사법개혁 등을 다루려는 기획의도를 밝히고 있지만 실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법시험의 실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원인과 대안은 없고, '광풍(狂風)'이라는 기사의 제목에서 예견되듯 극히 부정적인 결과만을 백화점식으로 망라하면서 일반화하고 부각시키기 위해 그와 관련된 자료들을 취사선택해 재단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우리는 최근 한겨레를 비롯한 일부 언론들의 보도처럼 사법시험을 비롯한 고시제도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시대적 변화에 걸맞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당위 자체에는 동감하며 또한 시비할 일이 아니겠지만 언론마다 고시 특히 사법시험과 관련된 보도는 한번쯤 행하는 연례행사처럼 비슷한 내용에다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보다 더 자극적인 제목으로 덧칠한 것 다름 아니다라는 생각이다. '그게 그거다'라는 수험생들의 조소(嘲笑)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겨레의 집중기획팀이 2회에 걸쳐 사법시험관련 '기획보도'에 대해 고시생들은 그 저의(底意)를 의심할 정도로 '눈가리고 아웅'의 어설픈 기사로 사법시험제도를 왜곡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먼저 기사의 제목인 '광풍(狂風)'이라는 표현은 아무리 언론의 센세이셔널리즘(sensationalism)을 이해한다해도 지나쳤다는 것이다. 마치 사법시험이 사회의 여러 문제점들의 원죄(原罪)인 듯 일반 국민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는데 역력했다는 점이다. 기사에 인용된 사례들은 극히 예외적인 것인데도 마치 그것이 보편적인 것처럼 포장해 실상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고시생들은 기사의 허점을 낱낱이 찌르고 있다. 그 고시광풍이 왜 생겨났는지, 경쟁률이나 수요와 공급의 측면을 무시한 채 응시자가 급격히 늘었다는 것, 사법시험을 출세의 수단으로만 폄훼(貶毁) 시킨 점, 원인과 결과를 제대로 짚지 못하고 고시광풍으로 기초학문이 황폐해졌다는 것, 이미 사법시험법·동법 시행령이 제정되어 목적과 제도간의 합리적인 연관성의 기준으로 응시자제한제도가 있다는 점, 최종 합격자가 전체 응시자의 0.03%(실제 응시자대비 합격률은 3.7%/2002년기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 등 팩트(facts)조차 왜곡하면서 자료들을 임의대로 취사선택하고, 침소봉대(針小棒大)의 논리를 늘여놓았다는 따끔한 질책을 쏟아냈다. 게다가 기사가 소설화되는 것까지 경계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번 한겨레의 기사가 현행 사법시험의 문제점을 짚고 개선되어야 한다는 큰 그림에서 본다면 고시생들의 지적이 지나치게 지엽적인 면이 없지 않지만 한편으론 적절한 비판이었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사법시험이 법조계의 국제화·전문화를 바라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법학교육과 괴리된 채 우수한 국가인력의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에 따라 사법시험법·동법 시행령이 제정되었고, 2001년도부터 법무부로 이관된 후 점진적인 제도 개선을 위해 연구와 추진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겨레의 이번 보도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느낌이다. 한겨레를 비롯한 일부 언론들은 허정한 기사로는 더 이상 고시생들에겐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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