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사업 핵심은 이산상봉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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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사업 핵심은 이산상봉 확대
  • 한영우
  • 승인 2001.09.13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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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사람에게는 제 뿌리로 돌아가려는 귀소(歸巢) 본능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어린애처럼 되는 것도 귀소본능의 결과다. 천하를 주름잡던 사람이나, 평범한 사람이나 그러한 본능은 같다.

  뿌리는 고향땅일 수도 있고 가족과 친족일 수도 있다. 어린 시절의 꿈이나 소꿉친구의 천진한 웃음이 거기 있고, 아무리 풀어도 다 풀리지 않는 기나긴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뿌리는 포근하고 편안하며 삶에 활력을 준다.

  수천년 동안 단일민족으로 살아오면서 남달리 공고한 가족제도와 친족제도를 지켜온 한국인의 경우, 뿌리의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그런 의미에서 남북 분단 후 가장 고통받은 사람은 이산가족이라고 할 수 있다. 뿌리를 잃는 것이 이토록 오래 될 것으로 예상했다면, 아무도 고향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산의 아픔이 더욱 크고, 그 아픔이 온겨레의 가슴을 치고 있는 것이다.

  이산가족이 1000만명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7000만 한민족 전체가 크게 보면 이산가족이다. 한 걸음만 더 들어가 연줄을 캐보면 바로 그 이산가족이 나의 친척이요 친구요 이웃임을 알 수 있다.

  우리 민족 전체가 거대한 혈족집단으로 거미줄처럼 엮어져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이 핏줄과 친지의 그물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한국인이 있겠는가.

  세계 여러 나라들을 보면 다수 민족이 연합된 경우가 많다. 이런 나라는 민족간 언어와 종교가 다르고 민족간의 통혼(通婚)도 흔치 않다. 그래서 문화적 동질성이나 혈육보다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국민을 묶어주는 큰 얼개가 된다.

  우리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통일을 운위할 때 경제적 측면만을 고려하는 것이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통일은 7000만 민족공동체를 다시 묶어주는 가장 원초적인 인륜(人倫)의 요구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산가족의 상봉과 교류는 통일사업의 핵심으로 더욱 지속적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8·15 이산가족 상봉을 지켜보면서, 그 뜨거운 감격과 눈물 속에서 ‘겨레’라는 것이 무엇인가, ‘통일’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 되새겨보게 된다. 남과 북이 비록 전쟁을 치렀다고 하지만 잔혹한 일제 만행도 용서한 우리가 동족을 용서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참으로 부자연스럽고 국제사회에 보이기 민망하다.

  남북간 이념의 차이나 문화적 이질성이라는 것도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얼마든지 공존이 가능하고 먼 시각에서 보면 그 차이 때문에 오히려 지금보다 더 한층 풍요로운 문명을 창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화해와 협력이 지속되고 통일이 이뤄진다면 아마도 그 시너지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지금 역사는 통일을 향해서 가고 있는 것이지 결코 냉전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 7000만 겨레가 마음을 열고 통일의 주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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