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촌, 장애인 편의시설 왜 없나
상태바
고시촌, 장애인 편의시설 왜 없나
  • 이상연
  • 승인 2002.04.24 09: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다. 몸과 마음이 불편한 장애인에 대해 사회 전체가 따뜻한 관심을 갖고 어려움을 보살펴 주기 위해 1981년 제정돼 해마다 장애인을 위로하는 날이다.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장애인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13만 명에 이르고 있고 장애인 단체에 등록되지 않은 장애인을 포함해 수백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해마다 장애인의 날이 되면 여기저기서 다채로운 행사가 벌어진다. 그러나 장애인의 날 하루 베푸는 시혜와 동정이 아닌 장애인을 차별하는 사회구조를 바꾸고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과감히 버릴 때 진정한 장애인의 날이 될 것이다. 장애인 문제의 진정한 해결은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모든 장애인을 우리와 똑같은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인식의 전환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데 얼마나 인색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장애인 등 편의증진법 시행에 따라 각 관공서와 도서관 종합병원 다중이용시설 등에 장애인의 접근과 이동을 돕기 위한 편의시설을 설치해 운영해야 하나 눈가림에 그치거나  고시촌의 학원 독서실 식당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에는 아예 없는 경우가 많아 장애인들의 불편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이는 편의시설 감독권을 가진 각 자치단체들이 아직 미정비시설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엉터리 시설까지 설치해 점검과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장애인들의 가장 절실하고 최소한의 요구인 이동권마저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고시촌 곳곳에 높은 도로턱과 언덕바지, 그리고 계단으로 가로막힌 학원이나 독서실, 식당 등의 통로는 장애인에게 지뢰밭이나 마찬가지다. 고시촌의 장애인에 대한 편의시설 수준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특히 고시학원의 교육환경 개선이 시급하다. 장애인 주차장은 물론 학원 출입문의 경우 시각 장애인 및 휠체어 사용자 이용통로를 분리 설치하거나 계단 등에도 장애인 보행안전을 위한 손잡이와 유도안내 표시 등을 갖춰 장애인들도 쉽게 학원에 드나 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냉대는 인간생명의 존엄과 가치의 원리 대신 능력과 업적의 원리를 강조하는 편협한 공리주의 원리로 인해 장애인은 항상 '최소의 수혜자'로서 사회의 그늘에 묻힐 수밖에 없게 되고, 강한 자만 살아남는 정글의 논리가 만연해지면서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식이 사회 일각에서 무너진 결과가 아닌가 여겨진다. 그러나 이런 편협한 공리주의는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장애인 발생 현황을 보면 선천적인 장애인보다 '중도 장애인'이 월등히 많다는 점이다. 이제 장애인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로 등장하기 때문에 천벌의 상징이나 운명의 탓으로 돌릴 수 없는 성격을 갖고 있다.


  따라서 장애문제를 장애인 개인의 불행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본질상 사회 전체의 아픔으로 보고 그 해결책도 사회 전체의 인식을 고취하고 아울러 사회적 책임과 관심을 토대로 이뤄져야 하는 게 당연하다. 오늘날 장애인 문제는 결코 남의 문제가 아닌 바로 우리들 자신의 문제이며 사회 공동의 문제이다. 우리 모두가 동정이나 자선의 차원이 아니라 권리의 차원에서 장애인 문제를 다뤄나갈 때 장애인의 사회 참여와 평등을 통한 사회 통합의 실현은 가까이에 있을 것이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