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도 걸러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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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도 걸러 들어야 한다
  • 법률저널
  • 승인 2008.10.02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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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복 판사의 세상보기                  

 

공자께서는 “나는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志于學), 서른 살에는 뜻이 확고하게 섰으며(而立), 마흔 살에는 미혹됨이 없었고(不惑), 쉰 살에는 하늘의 명을 깨달아 이해하게 되었으며(知天命), 예순 살에는 남의 말을 듣기만 하면 곧 이치를 깨달아 이해하게 되었고(耳順), 일흔 살이 되어서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從心所欲 不踰矩)”고 말씀하셨다(《논어》위정편).

 

사람이 뜻을 세우고 그 뜻을 실현하기 위하여 배우고 익히며 줏대를 세워 살아가는 지혜를 깨우쳐야 함에는 이의를 달수가 없다. 그러나 타고난 소질과 재능과 조건과 처지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아무리 모범적인 행동이나 좋은 말이라 하더라도 무조건 그대로 따라 할 수는 없다. 나름대로 새겨듣고 추려 들으며 각자가 알아서 처신하여야 하는 것이다.

 

두 눈의 시력이 정상이던 고교시절 야구장에 단체로 응원하러 갔다가 전광판의 스코어가 보이지 않는다는 옆 친구에게 거짓말을 한다고 핀잔을 준 적이 있다. 그런데 대학시절 내 눈의 시력이 급격히 나빠진 후에는 먼 거리의 잔글씨나 작은 물체가 보인다는 선후배동급생들에게 거짓말하지 말라며 억지를 부렸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그때그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gms히들 유산소운동이 좋다고 한다. 그리하여 격한 운동보다는 가벼운 운동을 권하고, 그나마 무리하지 말고 체력에 맞게 적당히 할 것을 권한다. 그런데 이러한 조언이나 권고가 나이 지긋한 사람에게는 얼마나 솔깃하고 얼마나 수긍이 가는지 모르지만, 혈기왕성한 청소년이나 패기만만한 삼사십대에게도 과연 같은 의미로 들릴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고, 사람은 흔히 지나온 과거를 너무 쉽게 잊어버린다. 그리하여 조마조마하였거나 아슬아슬하였거나 속상하여 눈물겨웠던 과거의 순간들은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이미 성취하여 영광스러운 오늘의 시각으로 뒤돌아보며 부끄럽지 않은 추억만을 떠올린다. 그리하여 때로는 자기 연민에 빠져 지나치게 미화시키거나 두루뭉수리 각색된 기억만을 되새기는 수가 있다.

 

희생 없이 이룰 수 있는 세상사는 없다. 아무리 유능한 사람이라도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경우도 드물다. “젊어 고생 사서도 한다”고 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아쉽지만 다른 그 무엇인가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위편삼절(韋編三絶)이라고 했다. 공자와 같은 성인마저도 학문을 연구하기 위하여 책을 맨 가죽 끈(韋編)이 세 번이나 닳아 끊어질 정도로 거듭 반복하여 읽으며 공부하였다는 것이다. 딴은 피나는 노력 없이 이룰 수 있는 성공은 없다.

 

경험은 중요하다. 경험을 통하여 얻은 지혜야말로 참지혜이다. 그러나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원대한 꿈을 가진 사람이라면 주관이 뚜렷해야 한다. 아무리 모범적인 삶도 다른 사람의 삶은 역시 타산지석(他山之石)일 수밖에 없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 했다. 먼저 자신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실패가 적다.

 

속담이나 격언이나 수많은 성현들의 삶의 지혜가 담긴 말이나 글은 충분히 본받을 만은 하다. 스승이나 부모나 어른이나 선배의 조언은 여러모로 참조할만하다. 그러나 무조건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이다. 눈 코 입, 몸 등 특정 부위가 잘 생긴 미인의 잘난 부위만을 떼어다가 복제인간을 만든다면 아마도 괴물이 태어날 것이다. 이런저런 좋은 경험과 참다운 지혜도 적절히 취사선택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지 무조건 따라하다가는 죽도 밥도 아니게 된다.

 

사람마다의 특성이 있다. 강점도 있고 약점도 있다. 그러므로 유사한 선례를 찾아 본보기로 삼거나 여럿의 삶이나 지혜의 말을 두루두루 참조하더라도 그 중에서 신중히 골라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지, 이 말 저 말을 다 따라하고 이 사람 저 사람의 인생을 다 따라 살려다가는 갈팡질팡 우왕좌왕 허송세월만 보내고 결국은 뒤처지고 말 것이다. 사람의 인생살이는 각자가 선택한 각자의 독특한 삶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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