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혜 50회 행정고시 수석 합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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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혜 50회 행정고시 수석 합격자
  • 법률저널 편집부
  • 승인 2008.08.0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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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와 섬김의 정신으로 세상의 소금이 되고 싶다”

 

2006년이 가고 2007년 새해가 밝았다. 하루하루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게 가는 시간이지만 해가 바뀌는 걸 그냥 대수롭지 않게 흘려버리지 않는 건 마음을 새롭게 하고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축하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정해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기쁨이 더하고, 그 시작이 더 새로운 사람들은 역시나 지난해 지난한 수험생활을 마감하고 새로운 길에 들어선 합격생들이다.


합격을 전해들은 그들의 목소리는 떨리고 기쁨이 넘쳐난다. 실감이 안 된다며 자꾸 진짜냐고 되묻는 이도 있다. 수험생에게 합격이란 그런 것이다.


지난해 아쉽게 합격을 놓친 이들은 또한 합격이란 새해 소망을 이루기 위해 해가 바뀌는 줄도 모른 채 열중하고 있다.
법률저널은 합격생들의 기쁨을 나누고 아직 합격에 이르지 못한 수험생들에게는 좀 더 유익한 얘기들을 던져주기 위해 신년인터뷰에 2006년도 합격생을 초청해 ‘시험제도와 수험 방법론’에 대해 듣는 자리를 마련한다.

 

두 번째로 초대한 합격자는 50회 행정고시 수석을 차지한 황지혜 합격자이다. 황지혜씨는 법률저널에 합격수기도 싣고 신년인터뷰에도 함께 하게 되어 영광스럽다며 첫 인사를 나누었다.


요즘 근황을 묻자 다른 합격자들은 여유롭게 보낸다고 하는데 조금 다른 타이틀을 갖게 되어 이곳저곳에서 인터뷰 요청도 많고 바쁘지만 그것도 자신에게는 영광이라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수험생과 합격자의 점수 차이는 미미하겠지만 위치는 크게 다를 것이다. 합격한 후 무엇이 가장 달라졌냐는 물음에 황지혜 합격자는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고 했다.


“사실 수험 생활을 조금 오래 했기 때문에 부모님이 정말 기뻐하셨고 어머님은 눈물까지 흘리셨어요. 합격 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요. 저는 저이니까요. 수험이라는 것이 사람의 인생에 산과 같아서 넘어가는 것인데 사실 저는 변하지 않았고 부모님도 저를 자식으로 사랑해 주신다는 점은 똑같으세요. 뭐 요즘 반찬은 조금 좋아졌지만... (웃음)”


황지혜 합격자는 합격 후 무엇을 해볼까 여러 가지 상상을 많이 했다. 하지만 막상 합격을 하자 허탈한 마음이 들면서 뭘 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은 여행이라며 여행을 통해 견문도 넓히고 여러 가지 느끼면서 나중에 공무원으로서 나라를 위해 일할 때 필요한 경험들을 조금이나마 쌓고 싶다고 전했다. 황지혜 합격자는 조만간 독일인 친구를 만나러 독일로 떠날 예정이다.

 

행시 시험제도 변화 - PSAT


행정고시 시험은 최근 많은 변화를 겪었고 이제 제자리를 잡고 있는 듯하다. PSAT나 면접에서 문제점이 제기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황지혜 합격자에게도 합격자로서 시험 제도 변화를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조목조목 물어보았다.


먼저 PSAT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애초 중앙인사위원회는 공직에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겠다는 취지로 PSAT 시험을 도입했는데 이런 취지에 부합하는지 물었다.


황지혜씨는 세상의 모든 제도가 완벽하진 않다며 제도가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는 과거의 제도와 비교해 볼 때 드러난다며 PSAT의 손을 들어주었다. 공무원에게는 문제해결력, 창의력, 사고력, 의사소통능력, 협동능력 등 필요한 능력이 다양한데 이전 방식으로는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황지혜 합격자도 4년의 수험생활을 통해 이전 방식으로 1차 시험을 본 적이 있었다며 정말 6개월 동안 미친 듯이 암기해야 했었다며 손을 내저었다.


그에 비해 PSAT는 조금 더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제시하고 언어논리, 자료해석, 상황판단을 이용해 보다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고 PSAT 시험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


하지만 PSAT가 수험생의 불만을 사는 이유는 있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어떤 시험이든 노력 여하에 따라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지금까지 PSAT 시험은 시험 점수의 폭이 컸다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중앙인사위가 시험의 타당성을 높이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의 더 나아진 모습을 기대하고 있었다.


PSAT 시험은 이제 첫 걸음마 단계로 이 시험을 통과한 공무원들이 얼마나 공직에 적합한지 아직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PSAT 시험이 실시된 후로 합격생이 젊어지는 구체적인 변화의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행시 시험제도 변화 - 면접


2차 합격이 더 이상 끝이 아니다. 면접이라는 지옥의 관문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면접에서 떨어지면 돌아볼 여지도 없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수험생의 입장에선 이런 면접의 무게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면접이 끝나면 말도 많이 나온다. 황지혜 합격자는 처음 면접을 겪었고 합격했기 때문에 면접이 적절했는지 평가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면접을 볼 때 너무 긴장되어서 상황에 대한 비판을 하지 못했고 상황에 순응하는 면접이 되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논술형 시험과 면접형 시험을 비교했을 때 실제 시험의 타당성은 면접 시험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알고 있습니다. 얼마 되지 않는 면접시간으로 당락을 결정하는 게 잔인하고 무서운 일이지만 사기업도 이런 형태를 채택하고 있고 그러한 면접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 대체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그게 최선의 방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황지혜 합격자는 유예제가 사라지고 3차 면접에까지 왔다가 불합격의 고배를 마신 분들을 생각하면 안타깝다며 면접에서 아쉬운 점을 얘기하면서 다음과 같은 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면접이 추구하는 바가 그 사람의 인성이나 사회성 그런 것을 보는 것 같은데 그런 것이 부족해 탈락시켰다면 다시 1차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라 차라리 사회경험이나 여러 가지 기회를 주면서 인성적인 면을 증가시킬 수 있도록 그 후년에 3차를 다시 보게 해주는 게 어떤가 생각합니다.”

 

1차를 위한 조언


황지혜 합격자는 1차에 3번 응시했다. 1차를 한 달 가량 앞두고 있는 수험생들에게 좋은 조언을 부탁하자 자신은 지난해 1차 시험에서 한 달 전에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엄살을 부렸다. 작년 시험까지만 해도 헌법시험이 있어 한 달 전에는 헌법만 들입다 판 기억이 있다고 했다.


올해 시험 보는 1차생들에게는 시간 관리 연습을 꼭 할 것을 주문했다.


“저는 PSAT를 준비한 기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정확하게 시계를 맞춰서 일정한 시간 안에 문제를 푸는 연습을 많이 했어요. PSAT는 시간이 항상 모자라기 때문에 물론 천천히 풀고 나머지 문제를 못 풀더라도 푼 문제를 다 맞으면 되겠지만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 체크 연습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합니다.”


PSAT를 대할 때 두 번째 중요한 것으로 황지혜 합격자는 자신감을 꼽았다. 시험에 대한 불안감이 있으면 그게 머릿속에 남아 시험에도 진짜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황지혜 합격자는 지난해 1차 시험에서 헌법 95점, 언어논리 90점, 자료해석 65점, 상황판단 75점을 받았다. 자료해석이 가장 힘들었다는 황지혜 합격자는 학원 강의가 출제 빈도가 높은 부분을 짚어주어 유용했고 문제 유형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했다고 어려운 과목에 대처하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꼼꼼하지 못한 성격이 원인이라고 자료해석 점수에 대한 자체 진단 결과를 알려주었지만 그가 내놓은 합격수기를 보면 꼼꼼하지 못하다는 게 정말일가 싶다. 황지혜 합격자의 합격수기는 나가자마자 즉각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방대한 양과 조목조목 생활과 수험방법까지 두루 아우르는 질적인 면까지 갖춘 수기에 대해 혹자는 ‘최고의 수기’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공부하면서 여러 가지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나중에 합격한 후에 수기를 한 번 꼭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합격자 발표가 나자 뭘 써야지 하면서 생각하다 3일 밤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까페에 질문을 해주시면 답변을 하겠다는 글을 올렸더니 궁금한 점을 많이 올려주셔서 거기에 맞춰 목차를 잡다보니 양도 많이 길어졌고요.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고맙죠.”

 

네 입술의 열매


합격수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합격은 ‘네 입술의 열매’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한 에피소드를 다시 부탁했다.
“전날 시험을 망쳤다는 생각에 허탈해하면서 자포자기했었어요. 다음날 시험장에서 친구에게 ‘나는 안 된 거 같다. 너라도 잘 돼라.’고 하니 친구가 진지한 눈으로 쳐다보면서 합격은 네 입술의 열매라며 자신은 절대로 떨어진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충고를 해주었죠. 그 말을 듣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땅’하고 맞은 기분이었어요. 그 뒤로는 집에서 거울을 보며 ‘나는 합격이다’라고 많이 되뇌었습니다.”


이렇게 입으로도 자신의 불합격을 내뱉지 않은 그는 요즘도 올해 합격해야 하는데라고 말하는 자신을 보기도 한다며 크게 웃었다.


그는 모든 것은 ‘일체유심조’라며 수험생활을 하는 독자들에게 마음가짐을 다잡을 것을 강조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올해 안에 끝내겠다’라는 독한 마음가짐입니다. 그것만 가지고 열심히 한다면 합격할 수 있어요.”


이렇게 확신을 갖고 얘기하는 그에게도 슬럼프가 있었을까?


“수험생활을 하는 4년 동안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일기를 썼어요. 저는 솔직히 슬럼프를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합격 후에 일기장을 읽다보니 정말 그동안 떨어질 수밖에 없었구나 하고 생각이 들더군요. 일기장에는 공부하기 정말 싫다는 내용과 한탄조의 글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작년에 쓴 일기에는 살려달라는 말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바닥을 쳤기 때문에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마음가짐이 달라졌나봐요. 제 경험으로 얘기하자면 일기를 쓰는 것도 슬럼프를 극복하는 데 좋을 것 같습니다.”

 

세상의 소금


행시 합격자 중 여성의 비율이 매년 높아가고 수석과 최연소 합격도 여성들이 휩쓸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직도 고위 공무원 중 여성의 비율은 미미하다. 이에 대해 황지혜 합격자는 “정보화 사회를 넘어서 지식기반사회로 가면서 성별로 우위를 점하는 게 없어지는 것 같아요. 성별 직업구분이 무너지면서 여성들이 많은 분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성별의 구분이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서 열심히 하는 사람이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직까지 육아의 문제 등이 여성에게 지워져 있어서 고위공무원 중 여성 비율이 아직 미미한 거라고 생각해요”라며 앞으로 여성의 진출이 더욱 활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황지혜 합격자는 자신의 경험으로 볼 때 여성은 배려와 섬김의 정신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게 공무원으로서의 장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섬김의 리더십이 21세기의 화두가 된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섬기는 리더십으로 여성들이 공직에서 열심히 일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황지혜 합격자는 평소 김구 선생을 모범으로 삼으며 그의 나라를 사랑하는 불타는 열정을 부러워했다. 어릴 때 읽었던 백범일지에서 받은 감명을 잊지 못하는 그는 최근 다시 읽고는 새삼 내용이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


“우리나라를 문화 인류국가로서 키우고 싶다는 말씀이 가장 충격적이었어요. 그런 부분을 따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사실 김구 선생의 업적들이 이상적인 부분이 많은데 저도 좀 그런 부분이 있어요. 이상을 따르되 공무원으로서 현실적으로 실현하는 방법을 찾는데 힘쓰겠습니다.”


막상 수험에서 벗어나고 보니 세상에 벙 뜬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황지혜 합격자는 차근차근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세상에 소금 같은 사람이 될까를 고민하며 살고 싶다고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수험생들에게도 다시 한 번 새해 덕담을 해주었다.


“수험 생활은 절대로 쉽지 않습니다. 꼭 최선을 다하시고 반드시 목적하시는 바를 이루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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