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합격수기 "유연하고 긍정적인 사고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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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사 합격수기 "유연하고 긍정적인 사고의 중요성
  • 법률저널 편집부
  • 승인 2008.08.0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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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산 제11회 법무사 제2차시험 합격


많이 아는 것이나 특수한 한 방법론의 맹종만이 합격의 충분조건은 아님을 알기에, 어떻게 공부하면 성공할 수 있다 하는 식의 지침을 나열하는 것은 제게 벅찬 일입니다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추천되는 방식이 아닌 제 나름의 방향도 통했다는 것을 고백함으로써, 제가 경험했던 것을 여러분과 나누며 자신감 회복에 도움을 드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부담없이 몇 자 적어 보겠습니다. 다만 지면과 시기의 민감함으로 개인적 실존이나 감상에 치우친 독백은 조금 삼가기로 하고, 어떻게 공부했나 하는 면을 중심으로 말씀드려 보고자 합니다. 상대적으로 2차시험을 앞둔 분들에게 조금 더 통하는 얘기가 될 것임에 대해서는 죄송합니다.

 

요령을 피우는 것과 요령 있게 공부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전자는 게으름에서 나오고, 후자는 관심과 적극성에서 나옵니다. 어떤 과목이나 주제에 대해 요령이 있다는 것은 그 내용의 대강을 알고 있고 핵심이 되는 뼈대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항상 너무 미시적인 것에 집착하지 않고 전체를 아우르는 눈과 균형감각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특히나 공부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주변의 선배들이나 선생들에게, 책에 함부로 줄긋지 말라는 충고를 많이 듣게 됩니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너무 경도될 필요도 없다고 봅니다. 저는 오히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낙서 수준이 되면 곤란하겠지만, 되도록 분류된 나름의 체계로 다양한 줄을 긋고, 필요하다면 형광색 펜이나 포스트잇(post-it) 같은 보조도구들도 충분히 활용하되, 표시된 부분이 지면의 반은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게 좋겠고, 많이 보다보니 정신 사나울 정도로 지저분한 헌책이 되었다면 과감히 그 책을 고물상에 팔아먹고(이쯤 되면 헌책방에서는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죠. 아님 그런 책을 좋아하는 특이한 후배에게 줄 수도 있겠습니다. ^^) 새 책을 사서 보라는 것입니다. 두번째로 보게 되는 같은 과목의 책에도 어느 정도의 표식들이 들어차게 되겠지만 이전보다는 한결 깔끔하고 정돈된 상태로 시험을 맞을 수 있을 겁니다. 돈을 아끼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뭐든지 하나로 끝까지 가겠다는 강박관념을 버리는 게 좋겠다는 겁니다. 고시원이나 독서실, 학원을 옮기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같은 말이 통하리라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얘기라고 자평합니다만, 언어의 사용에 주의하시기를 강하게 당부드립니다. 어려운 전문용어를 억지로 외워서 쓰라는 게 아니고, 우리말의 사용례에 맞는, 간결하고도 명확한 낱말을 사용하고, 맞춤법이나 문장의 호응관계 등에도 신경을 쓰시라는 거지요(제가 쓰는 이 글에서도 현저히 잘못된 표현이 발견되면 지적해 주세요. 사례하겠습니다. ^^). 채점위원들은 그 분야의 전문가들로, 잘못된 문장의 용례를 보면 대번에 알아챌 것입니다. 형식이 중요하냐, 내용이 맞으면 됐지 하고 강변하는 분들도 많지만, 좋은 그릇에 담긴 음식이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듯이, 국문학적으로 잘 씌어진 글은 글쓴자의 품위와 인격까지도 헤아리게 하는 자료가 될 것이며, 우리가 현장에서 법무사로서 작성하는 서류들도 그래야 함은 불문가지입니다. 답안을 잘 쓰기 위해 수십 권의 교양서적을 따로 읽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문법 실력에 자신이 없다면 중고등학생들의 국어 문법 교과서를 한번 읽어 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국어사전이 법전과 같이 책꽂이에 놓여있지 않다면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그 다음에야 한자나 외국어의 적절한 혼용 등이 좋은 인상을 줄 것입니다. 저의 경우는 몇몇 기본적인 독일어 용어나 라틴어 법언 등(예를 들어 Schikane, Recht zum Besitz, falsa demonstratio non nocet, conditio sine qua non, res judicatia 등)을 암기해서 적절한 곳에 써먹으려고 노력했고, 모든 기본 목차는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한자로 쓰려고 애썼지만 완벽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번 형사소송법 시험에서는 "Hearsay evidence is not acceptable."을 써먹었는데, 그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썩 좋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놀 때는 신나게 놀고, 공부할 때도 신나게 공부하시길 바랍니다. 전자는 이해가 되는데 후자는 말이 안 된다고 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으나, 무엇 하나라도 기억해 내는 것, 남들과 다른 독창적인 표현이 가능한 나의 발견, 속독의 가능해짐, 심지어는 한과목만 죽어라 보지 못하고 여러 과목을 왔다 갔다 하는 부산함에서도 기쁨을 발견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저처럼 술 마시고 담배 태우면서 공부하지는 마시고, 경쾌한 마음으로 책상에 앉으십시오. 운동과 적당한 여가생활은 공부에 탄력을 줍니다. 잠을 쪼개서 공부하지 마세요. 공부 시간을 줄이되 집중되고 충만한 상태에서 공부하고, 잠은 충분히 주무세요. 공부가 잘되면 잠이 부족해도 즐겁습니다.

 

법률용어의 사용과 법적 사고(legal reasoning)를 훈련한다는 것, 외국어 공부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책을 눈으로 읽기만 해서 이것이 수월히 습득될 리가 없습니다. 되도록 강의를 많이 듣고, 입으로 따라서 발음해 보세요. 그러면서 답안 작성용 연습지에 따라 쓰기까지 한다면, 학습효과는 배가될 것입니다. 들으면서 입으로 또는 머릿속으로 따라 말하는 것의 덕을 저는 많이 본 것 같습니다. 저는 학원에서 듣는 거의 모든 강의를 MP3플레이어로 녹음해 와서 방에서 한두 번씩 더 들었습니다. 같은 내용이니 기억이 쉽게 떠오르고, 속도를 빨리해서 들을 수도 있으니, 그 효과는 강의 한번 듣고 한 달 후에 같은 강의 한번 듣는 것보다 열 배 이상 클 것입니다. 모든 것을 책과 연필로만 하려 하기보다는, 저처럼 멀티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사람에 따라서는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앞선 얘기의 연장입니다만, 반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잊어먹기 전에 한 번 더 보는 것, 뇌세포 어느 부분인가에 맺혀 있다가 휘발되기 전에 재빨리 한번 반복해서 그것을 붙잡아 두는 것, 이것이 수험의 핵심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공부 잘하는 사람은 아이큐가 높은 사람이 아니라 이 요령을 터득한 자들입니다. 꼭 정독하거나 수강한 만큼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닙니다. 아침에 가방을 싸다가 문득 어제 공부한 내용을 떠올려 보는 것으로 충분히 복습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요한 쟁점이나 판례, 예규 등을 메모해 놓고 자주 펼쳐보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방법이겠지요. 녹음해서 듣는 것도 매우 좋겠습니다. 저도 수십 내지 백여 개 정도의 판례를 스터디카드에 인쇄한 다음 녹음까지 해놓고 들으며 다녔습니다. 그 판례가 시험문제에 나왔으면 흔한 말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판결요지를 옮겨 적을 수 있었을 겁니다.

 

거의 결론 부분을 향해 치닫고 있네요. 자신의 길을 고집스럽게 가되, 항상 주변을 돌아보고 좋은 점을 받아들이도록 노력하시길 바랍니다. 저의 경우 3년 남짓한 시간 동안 민법만 치면 임영호, 권순한, 강양원, 정일배, 신박사, 이원영, 황보수정, 이태섭, 김종원, 노재호, 김태윤, 안미령 등의 선생님들께 각종의 기본강의, 특강 등을 직접, 동영상으로, 테이프로 수강했는데, 각각의 스타일이나 강조점이 다 다르지만, 저 선생은 이러저러해서 안 돼 하는 생각보다도, 각자의 장점을 받아들이고 소화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예컨대 황보수정 선생의 두문자는 처음엔 정이 안 가다가도 시키는 대로 하다보면 신기하게 외워져서 답안 작성할 때 빼먹지 않게 해주는 효력이 있고, 임영호 선생의 훈장 선생님 같은 매서움과 명확한 용어 사용은 그야말로 기본에 충실하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주며, 노재호, 김태윤 선생 등에게는 법전의 조문에서 논점을 추출해 내서 사례문제를 해결하는 비범하고도 효과적인 실전기술을 많이 배운 것 같습니다. 어떤 한 사람의 팬이 되면 그렇지 않은 이는 무조건 적으로 삼는 경직성을 탈피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경력을 관리하는 데는 어떨지 모르되(^^) 수험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특히나 모든 과목의 강사님들이 내 취향에 맞을 수는 없는 학원 종합반 수강자의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수업시간에 코를 푸는 사람이 있어도, 조금 잘난 척 하거나 심하게 엄살만 부리는 동료 수험생이 있어도, 그런가보다 하고 웬만하면 넘어가고, 공부에 도움이 되고 밝음을 주는 것에 신경 쓰십시오. 마음씀씀이를 좋게 써야 될 일도 안 되지 않는 법입니다. 되도록 친절하고 베푸는 사람으로서 공부하는 게 좋겠습니다. 이기적인 공부 기계가 되라는 말도 심심찮게 듣겠지만, 그렇게 공부하며 주변 사람 욕이나 해대다가 합격하는 사람 거의 못 봤습니다. 게다가 합격한 다음에는 영업한답시고 다시 인간개조에 돌입하는 그런 비효율보다는, 계속 얼굴에 웃음기가 있는 사람인 상태인 것이 매력적이지 않겠습니까. 쓰잘데없는 희생을 자처하는 것도 문제겠지만, 좋은 몸과 마음가짐으로 어려운 시절을 불구하고 노력하며 주변을 빛나게 하는 덕과 의지, 실천력을 가진 사람이 마침내는 불합격하더라 하는 낭설을 믿는 것도 오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한 분들의 합격을 저는 믿으며 바라겠습니다.

 

너무 편하게 써 버린 글이 아닌가 걱정됩니다. 좀 더 구체적이고 임상적인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지면이 적은 탓에 제 수다 실력을 발휘하기는 어렵게 되었습니다. 조금 특이한 합격기로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한번 읽어보셨다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 글로 양에 차지 않는 여러 세세한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에 제가 지면을 사서라도(^^) 말씀 나눌 기회가 생기기를 바랍니다. 건강에 신경 쓰시며 즐겁게 공부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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