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수기]열심히만 하면 합격한다는 평범한 진리 깨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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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수기]열심히만 하면 합격한다는 평범한 진리 깨달아...
  • 법률저널 편집부
  • 승인 2008.08.0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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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규·제48회 행시검찰사무수석·서울시립대 행정학과 
 
1. 들어가며
길었던 수험생활의 터널을 지나서 이렇게 합격수기라는 것을 쓰고있는 자신이 참으로 멋적고, 어색하게 느껴진다. 이것은 지난날 합격생의 글들을 부러움과 내심 공감하는 마음으로 읽어 내려갔던 독자의 입장에서 이제는 귀한 지면을 장식할 수 있는 경험자의 입장에 서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마다 고시라는 똑같은 목표를 향해서 노력하다 그 개개인의 삶의 방식과 생활의 면면은 너무도 다양하고 각자의 모습으로 힘든 수험생활의 고난을 이겨내고 있을 것이다. 이런면에서 수기를 쓴다는 것이 마치 감추고 싶은 속내를 드러내는 것처럼 쑥스럽다. 이하에서는 특별한 것 없는 나의 수험생활을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써보려고 한다.

 

2. 행시를 준비하기까지
때늦게 대학에 입학한 나는 그다지 학교생활이나 과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였다. 자연스레, 학교도서관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았고, 넓은 도서관을 채우고 있던 수많은 고시준비생들속에서 어느새 나도 행정고시라는 것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뜻이 맞는 동기들과 함께 본격적인 공부를 하기 시작한 것이 99년도 봄부터이다.

 

3. 나의 수험생활
아침 9시부터 밤 11시까지 매일같이 도서관과 집을 왔다 갔다 하는 지루한 수험생활이 시작되었다. 평소 아침잠이 많았던 나는 밀려오는 졸음 때문에 오전중에 집중을 하기가 어려웠다. 때문에 오전에는 주로 암기과목을 오후에는 이해하고, 정리하는 시간으로 삼았다.


모두가 각자의 소화 일을 가지고 있는 만큼 자신의 패턴에 맞는 공부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토요일오후에는 평소 좋아하는 운동으로 건강관리를 하였다. 간혹, 과격한 운동으로 인해서 다음 날까지 영향을 받기도 하였으나, 무료한 수험생활에 있어서 청량제의 역할을 한 것 같다. 일요일에는 1주일간 공부한 내용을 복습하고, 정리하는 시간으로 삼았다.

 

4. 연속되는 실패기
99년 공부량이 얼마되지 않은 상태에서 처음으로 1차시험을 치렀다.


불합격하기는 하였으나 생각보다는 좋은 점수가 나와서 내심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마저 생겨났다. 그러나 00년 1차시험에서 아슬한 점수차이로 또 다시 탈락되고 말았다.


01년에 졸업하는 상황에서, 졸업후에도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는 사실이 큰부담으로 다가왔다. 빨리 어디든 합격해야 한다는 조급함에서 7급을 준비하려고도 하였으나, 주변친구들의 조언과 격려로 다시 고시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일반행정직렬을 공부하였으나, 이때부터 검찰사무직으로 직렬을 바꾸었다. 그 이유는 법과목에 나름의 자신감이 있었고, 검찰이라는 조직에서, 일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온 것 같다.


졸업후 공향으로 돌아온 나는 집근처 대학 도서관에서 공부를 시작하였다. 아는 사람이 없었던 지라, 매일 같이 혼자공부하고, 혼자 식사하는 외로운 시간이 이어졌다.


01년 시험에서 또다시 1차에서 불합격하였다. 이번에는 붙을 것 같다는 어느정도의 기대를 하고 있었으나 발표날 합격자명단의 어디에도 내 이름은 없었다. 시험에 떨어진 이후 나는 더이상 공부를 계속할 엄두가 나지 않았고 자신감마저 떨어져 있었다.


몇 달인가를 그렇게 방황하고 있던 나에게 중심을 잡아준 것은 바로 가족이었다. 잘난 것도 없는 자식이 최고인줄 알았던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릴 수가 없어서 나는 다시 책을 잡아들었다. 이제 나의 문제는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와 나의 식구 나를 아는 모든 사람의 문제가 되어 버렸고, 그만큼 나에게 선택의 여지는 좁아져 있었다.


02년 드디어 1차시험에 합격하였다.

 

5. 신림동생활과 2차준비
1차합격후 학교로 돌온후, 학교에서 02년 말까지 있다가 학원수강과 모의고사를 위하여 03년 1월 신림동의 작은 고시원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매일의 모의고사와 이에 대한 평가는 나를 일희일비하게 만들었고, 꽉짜여진 일과와 진도는 따라잡기 어려웠다. 특히 신림동 특유의 일면의 긴장감과 일면의 방황함의 분위기는 적응하기 어려웠다.


시험을 2달정도 남겨두고 학원수강 대신에 전과목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삼았다. 과목별로 중요논점위주로 정리를 하였고, 답안지에 목차나 개념정도를 쓸 수 있을 정도로 기본서를 계속 반복하여 속독하였다.


학설이 난무하여서 정리가 어려운 부분은 먼저 한 무난한 학설을 선택한 후에 이를 중심 축으로 해서 다른 견해와 판례를 정리하였고, 단문의 경우, 시중의 단문집 대신에 기본서에 나와 있는 정도에서 정리를 하였다.


아직까지 할 것이 너무도 많은데 어느덧 2차시험 일짜는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아쉬움과 후련함을 뒤로하고 어느새 2차시험은 막을 내렸다. 마지막날에 신림동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풍경은 너무도 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였다.

 

6. 면접시험
시험이 끝난후 집에 돌아와서 아르바이트나, 틈틈이 공부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실수를 많이 해서 합격의 큰 기대는 하지 않았으나 뜻밖에 2차 합격소식을 전해들었다.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축하전화에서 나는 내가 정말 합격하였나보다 라고 실감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면접시험에서 한명이 탈락해야 하는 상황에서 면접의 부담감은 매우 컸다. 나름대로 준비를 한후에 치른 면접시험에서는 예상치 못한 질문들이 쏟아졌고, 너무 긴장한 탓인지 제대로 나의 의견을 전달하지 못하였다. 그래도 설마하는 기대와 자위로 시간을 보내면서 최종발표날이 다가왔다. 일찌감치 집에서 나와 거리를 배회하고 있던중에 힘내라 라는 불합격의 의미가 함축된 핸드폰 메시지를 받았다. 집에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아 몇 시간인가를 거리를 무작정 서성이다가 저녁때쯤에나 집에 들어갔다. 아무일 없다는 듯 밥 먹었냐라고 물으시는 어머님의 말씀은 내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였다.

 

7. 합격의 순간
05년부터 행정고시 제도 개편에 따라 나는 반드시 04년에 합격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다.
다시 신림동으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아, 학교에서 2차시험일까지 생활하였다.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다 라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하였다. 2차시험 첫날 행정법시험에서 실수를 하면서, 그생각이 시험이 모두 끝날때까지 내내 머리속을 맴돌았다. 다른 시험에 가지 영향을 준것 같아 내심 매우 불안하였다.


그해 나는 다시 2차시험에 합격하였다. 작년에 면접에서 떨어진 경험 때문에 이번에도 면접은 나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면접준비를 위해서 나의 직렬과 관련된 모든 이슈들을 인터넷이나 신문 등의 자료를 모아서 정리하였고, 면접에서의 불안감을 줄이고 실전감각을 익히기 위하여 스터디를 조직해서 연습하고, 스피치학원에도 등록을 하였다. 면접이 끝나고 최종 발표날이 다가왔다.


집에 있던 나는 형으로부터 최종합격소식을 들었다. 합격의 기쁨보다 이제 됐다는 안도감이 더 커서인지는 몰라도 뛸 뜻이 기쁜 줄 알았으나 나는 너무도 담담하게 '그래' 라고 말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8. 고마운 사람들에게
늦은 나이에 오늘날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주위분들의 도움이 너무 컸다. 정말 너무도 오랜만에 주변사람들을 기쁘게 해줬다는 사실이 나에게 합격의 기쁨보다 오히려 더 큰 행복이다. 이제까지 받는 것에만 익숙해진 나는 앞으로 베풀 수 있는 것에 더 익숙해지려고 한다.


두서없이 써 내려간 글을 끝까지 읽어준 사람들에게 항상 좋은 일이 함께 하길 바라고, 마지막으로 변함없이 나의 곁을 지켜준 선숙이에게 깊고도 진실된 감사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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