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수기]"차분히 돌아가는 것이 가장 빠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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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수기]"차분히 돌아가는 것이 가장 빠른 길"
  • 법률저널 편집부
  • 승인 2008.08.0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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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현 제48회 행시 재경수석 서울대 행정대학원

 

1. 들어가며
수험기간 동안 '수석합격'은 저랑은 상관없는 단어로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수석합격한 이번 시험의 경우에도 수석은커녕 합격도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학원 모의고사에서도 최고답안 한번 해보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평범한 수험생이 수석합격 했다는 사실이 어딘가에서 성실하게 공부하고 있을 수험생분들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제가 공부한 5년 동안의 수험생활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매년 쏟아지는 합격기 중의 하나에 불과하지만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의 수험생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요령에는 안 통했다"


2. 수험생활
1) 1차시험 및 그해 2차시험: 자만 또 자만...
고등학교 때부터 공무원이 되려는 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대학에 와서도 일찍부터 행정고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수험공부는 1학년 겨울방학인 2000년 1월에 학원강의를 들으면서 시작했습니다. 2001년 3월초에 시험이라 전체기간은 1년이 넘지만 실제 공부한 시간은 9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일단 1차를 붙어야겠다는 생각에 전체적인 내용이해보다는 문제집의 문제를 무조건 외웠습니다. 그해 1차시험에 합격은 했으나, 지금 생각해 보면 어설픈 1차합격이 최종합격을 지연시키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2차시험 유예제도가 없어지니 저와 같은 시행착오를 거치는 분들이 없겠지만, 행정고시는 전반적인 실력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요령만 피우는 사람에게는 매우 냉정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빨리 1차시험에 합격한 뒤에는 자만심이 가장 무서운 적입니다. 누구나 자만심이 생기게 되지만 얼마나 빨리 침착하게 공부하느냐가 다음해의 당락을 좌우합니다. 저는 그 당시에 이미 자만심의 노예가 되어 도서관에 가도 공부가 잘 안되었습니다. 보통은 2차시험이 끝나는 7월경이면 정신을 차리는데 저는 10월에 2차합격자 발표가 나서야 정신이 들었습니다.

 

2) 1순환 2차시험: 가장 힘들었던 기간
뒤늦게 정신차리고 공부하려고 했으나 10월쯤 되면 누구나 열심히 공부하기 때문에 다른 수험생들과의 격차를 좁히기가 어려웠습니다. 나름대로는 죽을 힘을 다해서 열심히 노력했지만 다음해 5월까지도 실력이 크게 향상되지 않아 자신감도 상실되고 체력도 급속히 쇠약해 졌습니다. 도와주신 주변사람들에 대한 미안함과 자기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 교차하면서 사실상 자포자기한 상태에 빠졌습니다. 가장 도망치고 싶은 기간이었습니다. 고시공부 한번 더하라고 하면 할 수 있지만 이 기간을 다시 한번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습니다.


저와 같은 경험을 하지 않으시려면 처음부터 공부를 열심히 하셔야 합니다. 고시공부가 외롭고 힘들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실력이 단계적으로 발전하는 경우에는 별로 힘들지도 않습니다. 어차피 고시는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공부계획을 잘 세우고 꾸준히 공부하시는 분들 중에 합격자가 나오게 됩니다.


결국 불합격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때 좌절하지 않고 2차시험이 끝나자 마자 내년 1차시험 및 2차시험을 준비한 것이 이번 수석합격의 밑거름이 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3) 1.5순환 2차시험: 실력쌓기
1차시험을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3개월 정도 1차과목에 집중했더니 큰 어려움 없이 1차는 통과했습니다. 문제는 2차시험이었는데 학원에 치이고 스터디에 치이고 하던 지난해와는 달리 나름대로 계획도 잡고 공부다운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난번에 실력이 부족해서 떨어졌다는 생각에 요령피우지 않고 무식하게 공부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실력쌓기에는 역시 차분히 돌아가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인 것 같습니다. 6월 중순까지 다른 생각없이 무작정 공부한 결과 어느정도 실력은 쌓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너무 무식하게 공부했던 탓인지 또 한번의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1차합격후 모의고사를 한번도 보지 않아서 문제 적응력이 떨어진 것입니다. 시험장에서 문제를 받으면 특별히 모르는 내용은 없는데 답안을 잘 쓸 수가 없었습니다. 주어진 배점에 맞게 분량을 적절히 쓰기 어려웠고 무엇보다도 시간이 부족해서 10페이지를 모두 채운 과목이 거의 없었습니다. 당연히 불합격이었고 점수도 불합격생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점수대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1.5순환에서 합격을 기대하고 있다가 불합격했을 때의 마음은 매우 괴롭습니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여자친구의 격려로 다시한번 일어서기로 마음먹었습니다.
   
4) 2순환 2차시험: 답안작성연습
1.5순환의 실패는 답안작성 적응력의 약화라고 결론을 내리고 공부와 함께 답안작성연습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책을 읽을 때도 이 내용을 답안지에 어떻게 쓸지 항상 고민했고 지난해 합격생의 강의를 들으며 답안작성요령을 많이 습득했습니다. 특히 4-5월에 학원을 다니며 2시간 동안 모의고사만 보는 강좌를 다녔는데 답안작성연습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4월 이후에는 독서실에 틀어 박혀서 혼자 공부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제 생각에는 학원 모의고사 또는 스터디 모의고사를 통해 답안작성연습을 꾸준히 해주시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물론 4월 이후에 이런 시간적 여유를 가지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열심히 공부해두셔야 합니다.
    
"답안지 염두에 둔 공부가 합격의 비결"


3. 공부방법
1) 공부계획
공부계획은 잘 세우는 것 보다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킬 수 있을 만큼만 계획을 세우셔야 합니다. 저의 경우 일요일은 공부계획을 잡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노는 것은 아니고 주중계획 중에서 지키지 못한 것을 보충하는 정도로 활용했습니다.


그리고 하루중 공부계획에 있어서는 실제로 공부한 시간이 중요합니다. 출퇴근 시간에 연연하다보면 오히려 비효율적인 공부가 될 수 있습니다. 공부는 맑은 정신으로 집중해서 할 때가 가장 잘되므로, 잠자는 시간을 늘리더라도 순수하게 집중해서 공부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더욱 좋습니다.

 

2) 공부할 때 중점을 두어야 할 사항
수험공부를 잘 하기 위해서는 '이해 - 정리 - 암기'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일단은 내용을 정확하고 깊이있게 이해하는데 중점을 두고, 어느 정도 내용을 숙지한 후에는 회독수를 늘리면서 답안에 어떻게 표출할지를 정리해 보고 암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 같지만 머리속으로 정리하다보면 이해도 더 잘되므로 두 번 보는 효과가 있습니다. 항상 답안지를 염두에 두면서 공부하는 것이 합격의 비결인 것 같습니다.


재경직은 다른 어느 직렬보다도 선택과목이 중요합니다. 주변에 합격하시는 분들을 보니 선택과목에서 강세를 보인 분들이 많습니다. 앞으로 선택과목이 한 과목으로 줄고 비중도 감소한다고 하지만 공통과목에서 남들과 큰 격차를 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선택과목의 영향력이 작지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재경직 분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행정학입니다. 행정학 때문에 저도 괴로워 했었는데 4번 정도 시험본 경험에 의하면 책 두권 정도(기본서+학원교재)를 골라서 '나는 어떤 문제가 나오던지 여기 나오는 내용을 엮어서 10페이지 다 채울거다.'라는 마음으로 계속 반복해서 봤습니다. 행정학이 답이 없는 과목이라 불안하기는 하지만, 그 반면에 어떤 책을 보는지에 상관없이 답안을 잘 쓸수도 있는 과목입니다. 이책 저책 방황하기 보다는 차라리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3) 교재 및 서브
내년부터 PSAT가 도입되니 2차교재 중심으로 쓰겠습니다. 제가 본 교재는 경제학(이준구, 성백남, 정운찬, 김경수, 김준영, 최병권연습), 행정법(김동희, 이병철, 이병철사례), 행정학(새행정학, 정경호실전), 재정학(이준구, 정별열객관식), 상법(임재철, 임재철사례), 국제경제학(김인준, 손정식, 금융연구회, 유창석)입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보는 교재를 선택했습니다. 너무 많은 교재를 보는 것 보다는 일반적인 수험생들이 선택하는 것을 골라 반복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서브는 따로 만들지 않고 학원 모의고사를 보면서 출제가능성이 높은 좋은 문제가 나오면 모범답안을 만들어 반복해서 봤습니다. 과목별로 약 10-15개 정도 만들었습니다.

 

4) 슬럼프극복 및 이성관계
수험생들 누구나 슬럼프를 겪게 됩니다. 사람에 따라 극복방법이 다르겠지만 저는 TV를 보면서 풀었습니다. 코메디프로를 보면서 한시간 동안 웃다보면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슬럼프도 빨리 극복되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서 적극적으로 슬럼프에 대응하는 것이 좋습니다. 슬럼프기간에는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지만 지나고 나면 슬럼프 중에 공부 못한 시간이 제일 아깝습니다. 아무쪼록 슬기롭게 슬럼프 극복하시기 바랍니다.


여자친구가 있으면 슬럼프가 쉽게 극복되기도 합니다. 저의 경우 공부가 힘들거나 자신감이 상실될때 여자친구가 옆에 있어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한가지 중요한 것은 수험기간 중에 새로 여자친구를 사귄다거나 있던 여자친구랑 헤어지는 것과 같이 큰 변화를 주는 것은 공부에 방해가 될 수도 있으니 수험기간 중에는 무난하게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5) 수험생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은 없다.' 고승덕 변호사가 최근에 쓴 책이름입니다. 이 책 읽으면 오히려 좌절될 수도 있으니 읽으실 필요는 없지만, '포기하지 말라'는 말은 수험생분들께 꼭 얘기 해주고 싶습니다. 고시공부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말을 하지만 제가 공부하면서 지켜보니 결국에는 포기하지 않고 성실하게 공부하는 사람들이 합격하는 것 같습니다. 힘들게 공부하고 계시는 분들도 용기 내시기 바랍니다.

 

4. 감사의 말씀
먼저 고시공부하는 아들 뒷바라지 하신다고 고생하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대학도 한번만에 못가더니 고시공부하는 중에도 오래동안 고생시켜 죄송합니다. 항상 손자 걱정하시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가까이서 돌봐준 누나와 매형에게도 항상 감사하는 마음 가지고 있습니다.


고시공부한다고 친구역할도 제대로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따뜻하게 격려해주고 반겨주는 친구들도 감사합니다. 고등학교 동문들, 대학교 친구들을 비롯해 공부하는 동안 알게 된 여러 선후배들에게도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천사같은 나의 여자친구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98년부터 내 인생의 등불이 되어준 당신이 있기에 너무나 행복합니다. 다시 태어나도 당신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언제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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