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시 최연소합격기]“단순화된 생활속에서 치열하게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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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시 최연소합격기]“단순화된 생활속에서 치열하게 공부”
  • 법률저널
  • 승인 2008.07.0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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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 제42회 외무고시 최연소 합격 서울대 영어교육과 3년

 

1. 수기를 시작하며
첫 걸음이라는 것은 내딛기 어렵고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내딛기는 더욱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름부터 사람을 주눅 들게 만드는 외무고시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첫 국제법론과 거시경제론을 구입하기까지 1년이 걸렸고 교과서를 사고서도 1000페이지가 넘는 무더기의 책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봐야할 지 몰라 소중한 한 학기를 허비하기도 했습니다. 신림동에서의 수험생활 과정에서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을 때 시간은 흘러가는데 실력은 향상되지 않는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잠을 쉽게 이루지 못했습니다. 축적된 합격수기와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공부 방법론에 대한 정보는 쉽게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저는 이 글을 통해 방법론 대신 시행착오를 겪었던 공부 과정과 힘들었던 경험을 소개함으로써 험난한 수험생활에 지친 수험생 여러분께 합격에 대한 희망을 드릴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2. 시험준비 시작과 시행착오
2006년 여름 40일간의 유럽여행을 스스로의 힘으로 해냈다는 데 용기를 얻어 고시공부를 시작해보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당시 고시공부를 시작하면 당연히 휴학을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였고, 당장 2학기를 휴학했지만 외무고시에 대해 정보가 전무한 상황에서 스스로 카페 등을 검색해서 다들 본다는 교과서를 구입하는 데만 한 달 이상을 보냈습니다. 표지만으로도 질리게 생긴 10권이 넘는 교과서를 책장에 전시해두고 인터넷으로 예비순환을 들었습니다. 수능시험을 준비할 때도 인터넷 강의를 즐겨 이용하였기 때문에 익숙한 방식을 택한 것이었는데, 국제법, 경제학 등의 강의는 수능 강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찼고, 집에서 공부한 탓에 정신상태도 해이해져, 전 과목 1회독 이상 하겠다는 야무진 계획은 결국 ‘계획’으로 남겨두게 두고 강의만 빠짐없이 듣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3. 첫 1차시험 준비와 신림동 출입 시작
2007년 1차 시험 한 달을 앞두고, 마음이 급해져서 학교 중앙도서관으로 공부 장소를 옮긴 후 PSAT 기출문제집을 보았습니다. 2004년 2005년 등의 기출 문제는 난이도가 그렇게 높지 않았고 수능 시험 스타일의 문제 같아 보였기에 자신만만하게 시험장에 들어갔으나 자료해석, 상황판단 등에서 5문제 이상씩을 찍고 나오면서는 앞으로 외무고시 공부를 계속해 나갈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1차에 합격할 것 같지 않아서 2007년 1학기에 복학을 했습니다. 학교공부와 고시공부를 병행해보겠다는 의욕이 앞서 2월에 정성주 국제법, 3월 황종휴 경제학 기본강의를 수강했지만 기본강의와 학교수업 모두 따라가기에는 체력적으로 무리였고 4월부터는 학교 수업에만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 학교에서 국제법과 국제무역론을 수강했으나, 학교 수업이 합격을 위한 필수 요소라고 할 만큼 유용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외시를 염두에 두고 있는 저학년의 경우, 학교 수업을 통해 수험과목의 토대를 가진다면 수험기간 단축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학교생활 도중 다행스럽게도 1차 시험에 합격하여 2차 시험장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기본강의도 제대로 듣지 못한 상태여서 모든 논문과목에서 과락을 맞았으나, 영어와 불어 성적이 기대이상으로 잘 나왔기 때문에 후에 논문과목에 올인하는 전략을 세우는 데 유용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다수의 수험생들이 2차 시험장 경험에 ‘지나친’ 중요성을 부여한 나머지, 2차 초시생으로는 합격할 수 없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2차 시험장 경험이 실력의 객관적 검증과 시간관리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유용한 건 사실이지만, 목차만 쓰고 잠을 청하는 2차 시험장 경험보다 평소의 성실한 답안지 연습이 합격에 더욱 결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초시생이니 합격할 수 없을 것이다.”라는 자기실현적 비관론에 빠져서 처음 보는 2차 준비를 소홀히 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교과서를 최대한 많이 읽어야”

 

4. 1순환의 시작
6월에 1학기가 끝나고 계절학기 6학점을 들으면서 1순환 체계에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경제학, 국제법, 국제정치학, 국제경제학은 각각 유창석, 안진우, 신희섭, 황종휴 선생의 수업을 수강했습니다. 계절학기가 끝난 후에는 신림동 독서실에 자리를 잡고 2008년 2차 시험까지 같은 독서실에서 공부했습니다. 모든 과목의 1순환을 들으면서 진도에 맞춰 복습을 하는 단순한 방식으로 공부했습니다. 1순환의 경우, 시간적 여유가 충분한 편이므로 이때 교과서를 최대한 많이 읽어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순환시기까지 기본적인 내용에 대한 숙지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2순환에 이해를 심화시키고 3순환에 세세한 암기를 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07년 9월경부터는 영어와 프랑스어 스터디를 하게 되었습니다. 스터디 시간에 독해와 영작을 즉석에서 하면서 과제로 낸 단어와 단문외우기를 체크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불어 스터디도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하였으나 불어 스터디 시간에는 국제법 조약 외우는 것까지 병행하였습니다. 조약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국제법 공부의 핵심임에도 막상 시간을 내어 조약문을 자세히 읽기가 쉽지 않았는데, 스터디를 통해 비록 당초에 목표했던 조약의 완벽한 암기는 이루지 못했지만 조약을 꼼꼼히 읽어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했습니다.

 

5. 실패했던 2순환
10월부터 시작된 2순환은 개인적으로 매우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2007년 2학기는 수업은 거의 듣지 않았지만 사범대학생으로서 피해갈 수 없는 교육 참관실습을 10월에 나가게 되었기 때문에 김준원 선생의 경제학 2순환을 제대로 끝내지 못했고, 안진우 선생의 국제법은 진도가 지나치게 밀려서 그렇지 않아도 취약했던 국제법이 더 취약해지는 악순환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슬럼프를 불러왔던 국제법 2순환은 그만두고 불어 스터디를 함께 하던 분과 국제법 답안지 스터디를 잠시 하게 되었고, 국통직렬을 준비하던 스터디원으로부터 논리적인 답안을 구성하는 법, 목차 잡는 법 등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외시생의 경우 리걸마인드가 전무한 상황에서 국제법을 접하게 되어 논리적인 답안구성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주말에 시간이 날 때 사법시험 형법, 민법, 헌법 등 기본강의의 샘플강의를 보곤 했는데, 엄격한 법적 논리 구조를 파악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국제정치학의 경우, 이상구 선생의 강의를 들었는데, 1순환을 통해 숙지한 내용을 답안에 풀어내는 방법을 익히는 데 유익했습니다. 경제학, 국제법, 국제경제학을 확실히 정리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1차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까지 계속 큰 부담감으로 남아있었습니다.

 

6.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던 1차 준비기간
2007년 1차 시험을 준비할 때는 학원모의고사 강의의 존재조차 몰랐기 때문에 기출문제만 풀어보고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신림동에서 본격적인 수험준비를 시작한 이후에는 대다수의 수험생이 참여하는 것을 보고 모강반에 참여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 같은 압박감이 생겼기 때문에, 12월에 자료해석을 필두로 시작된 PSAT 모의고사 강의를 신청했습니다. 강의실을 가득 메운 수험생들 사이에서 모의고사를 보는 것 자체가 실전감각을 기르는 데 유익하다고는 하나 저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왔고, 모든 문제에 대한 해설 강의를 듣는 것이 지나친 시간낭비로 느껴졌습니다. 솔직히 60점을 넘기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강의를 계속 듣다가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후에는 자료해석 모강은 모의고사만 보고서는 독서실에서 해설지를 보며 정리하였고, 언어논리는 한상준 선생의 only 모의고사 반을 수강하였습니다. 상황판단의 경우 학원 강의를 수강하지 않았습니다. 자료해석의 경우, 신헌 선생님의 최종정리자료를 반복해서 보고, 이동할 때 들고 다니며 암산연습을 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1차 준비 기간이었던 12, 1, 2월은 1차에 대한 불안감으로 어떤 공부도 제대로 되지 않는 시간이었습니다. PSAT의 특성상 점수의 편차가 너무 크고, 심리 상태가 합격의 큰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에 합격에 대한 어떠한 확신도 없는 상태에서는 2차 공부뿐 아니라 1차 공부마저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시험을 한 달여 앞두고 이런 이유로 한동안 방황하다가 새로운 계획을 세웠습니다. PSAT는 하루에 한 세트의 문제만 풀고, PSAT 공부가 끝나면 지체 없이 집으로 돌아와 이런저런 이유로 소홀했던 경제학과 국제법 2순환을 인터넷으로 다시 수강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진단한 이 기간의 문제점은 스스로 공부하도록 구속하는 기제가 전무하다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보통 1차를 대비하는 3개월 동안은 PSAT공부 이외의 2차 스터디 혹은 학원수업 등이 중단되기 때문에, 가용시간은 대폭 늘어나나 (확실한 성취감을 주지 못하는 PSAT공부의 특성으로 인해) 밀도 있는 공부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차 일주일 전까지는 다 끝낸다는 심정으로 하루하루 진도에 쫓겨 생활하다보니 몸은 지쳤지만 오히려 수험생활의 안정감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시험의 승패는 초연한 마음가짐”
 
7. 치열했던 전간기 수험생활
1차 시험이 끝나고 역시나 많은 문제를 하느님의 손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4월 28일로 예정된 2차 시험까지 시간이 심각하게 촉박하였기 때문에 바로 FC준비에 들어갔습니다. 학원 3순환 스케줄은 사실 전적으로 행시생의 일정에 맞게 짜여있어서 3순환의 시작이 다소 늦었고, 경제학의 비중이 지나치게 큰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경제학의 경우, 학원에서 3순환이 시작하기 전에 인터넷으로 김진욱 선생의 작년 3순환강의를 신청하여 경제학정리를 일찍 시작했고, 학원에서 3순환이 시작되었을 때는 최병권 선생의 only모의고사 반을 수강했습니다. 저는 김진욱 선생의 2, 3순환을 모두 인터넷으로 수강하였는데, 다양한 문제를 접할 수 있어서 매우 유익했습니다. 많은 수험생들이 경제학 교과서만을 열심히 읽고 정작 문제풀이를 등한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경제학은 교과서와 문제풀이의 괴리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충분한 문제 연습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제법, 국제정치학, 국제경제학은 실전과 동일한 100점 분량의 답안지를 작성해야했는데, 국제경제학을 제외하고 국제법과 국제정치학을 수강하면서 정해진 시간에 목표한 분량을 완수해 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매번 시간에 극도로 쫓겼고 점수도 만족스럽지 않아서 절망감이 들었으나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일단 써내려고 최선을 다했고, 독서실에서는 그날 다룬 범위의 예시답안을 최대한 암기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마지막 한 달 동안은 7시 30분 전에 독서실에 출근하여 12시 반까지 공부하는 패턴을 유지하였고, “다른 수험생들이 다 푸는 문제만큼은 나도 풀 수 있어야 한다."라는 모토로 다른 강사의 3순환 문제 역시 구해서 공부했습니다. 결과적으로 3,4월 동안 미거시 zip을 포함하여 3순환에서 제공된 자료를 3회독 이상할 수 있었습니다.


전간기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촉박한 디데이, 방대한 자료, 모든 내용을 섭렵한 듯한 표정으로 답안지를 써내려가고 있는 주변 수험생들 앞에서도 초연한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절대로 다 못 외울 것 같은 방대한 자료와 자신의 답안지를 한없이 초라하게 만드는 최고답안을 바라보며 자신의 상대적 위치를 가늠하게 된다면 좌절감으로 고시 레이스를 완주하기 힘들 것입니다. 저 역시 제대로 된 100점 분량의 답안지를 써낸 일이 손에 꼽을 만큼 적었지만 최대한 스스로만 바라보고 하루살이의 심정으로 하루를 보냈고 결국 시험장에서 시간 부족함 없이 답안지를 채워낼 수 있었습니다.
 
 
8.수기를 마무리하며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신림동에서 생활하면서 힘들 때마다 합격수기를 읽으며 마음을 다잡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합격수기를 읽으면서도 “합격생들은 과연 작년 이맘때 어떤 기분으로 지냈을까, 얼마만큼 합격을 자신했을까?”라는 궁금증을 가지며, (당시에는 정말 가정법적인 생각 일뿐이었지만) 만약 내가 합격한다면 실제로 느꼈던 감정에 대해서 상세하게 써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막상 수기를 쓰려하니 고시공부 과정에서 느꼈던 어려움을 모두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저는 잘 정리된 서브노트, 가지런히 단권화 된 교과서도 만들어 보지 못한 만큼, 확립된 공부 노하우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그리 길지 않은 수험생활이었지만 극도로 단순화된 생활 속에서 치열하게 공부했다는 것 하나 만큼은 제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실입니다. 모쪼록 심신이 지치는 더운 여름에도 꾸준히 공부하는 수험생 여러분께 2009년의 기쁨이 있기를 바랍니다.


제가 합격하도록 예비해주신 하느님께 모든 감사들 드리며, 저를 위해 열정적인 기도를 봉헌하신 부모님, 제가 합격하는 데 결정인 도움을 준 선형누나, 소연 누나, 수험 생활의 짜증을 잘 받아 준 송이 누나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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