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축구선수 출신 이중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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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축구선수 출신 이중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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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2.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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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후반전을 위한 무한도전...축구선수 출신 이중재 변호사

 

“무모할 정도의 용기, 운동선수의 집중력이 성공 밑거름 됐죠”

 

작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이중재(32세·사시46회)변호사는 축구선수 출신이다. 이색 이력으로 회자되는 졸업생들 중에서도 그는 유독 눈에 띈다.


초등학교 3학년에 축구를 시작한 그는 그 후 10년간 축구선수로 살았다. 축구에 빠질수록 공부와는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고된 훈련과 반복되는 연습게임으로 수업은 빼먹기 일쑤였다. 시험은 5분 만에 찍고 나왔다. 물론 축구선수로서 이중재의 성적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김포시 통신종고 선수 시절 그는 전국고교선수권 결승전의 우승을 이끌며 경기도지사로부터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전성기를 맞은 고교 축구부의 잘나가는 축구선수였던 그는, 1994년 홍익대학교 건축학과에 체육특기생으로 알파벳도 모른 채 입학했다.

 

열등감과 발목부상, 축구 외의 삶에 눈 떠

 

대학에 들어와서 ‘일반 학생’들과 함께할 시간이 많아졌다. 건축학과 학장이 입학을 허가하면서 그에게 ‘전공과목을 모두 이수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알파벳도 모르던 그가 일반 대학생과 함께 전공수업을 듣고 생활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신을 괴롭히는 것은 자신의 무지에 대한 열등감과 자격지심이었다.


“학과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가 영어단어만 나오면 ‘이건 또 무슨 뜻일까’ 혼자 긴장하고는 했습니다. 대학교에 와서 축구훈련일지를 써야 했는데 ‘assist' 같은 간단한 영어조차 쓰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거죠”


때마침 발목뼈가 으스러지는 부상으로 수술을 마친 그를 기다리는 것은 재활과의 지리한 싸움 뿐이었다. “솔직히 힘든 재활치료를 끝내고 운동을 다시 시작한다 해도 국가대표는 못 할 것 같더라고요. 지금 공부하지 않으면 평생 이 자격지심에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대학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그는 운동을 그만두기로 결심한다.

 

공인중개사로 시작, 법무사 수석에 이어 마침내 사시 합격

 

축구를 그만 둔 직후에는 뚜렷한 목표도 없었다. 그저 학과 공부를 좇아가기 위해 무작정 중등검정고시 학원에 찾아갔다. 그곳에서 초등·중학생과 함께 영어·수학 수업을 들었다. 민망해서 수업을 빼먹은 날도 부지기수. 축구라는 관성을 벗어나는 일은 그처럼 쉽지 않았다.


군 제대 후 여전히 목표를 찾지 못하고 있던 그가 우연히 발견한 시험이 바로 공인중개사 시험이었다. ‘그것도 먹고 살기에는 괜찮지’라는 부모님의 말씀에 무작정 시험을 준비했다.


 98년 2학년 1학기를 마친 후 휴학을 하고 공부를 시작해서 99년 4월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했다. 합격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과목이 바로 민법.


“지나가다 무덤이 보이면 ‘분묘기지권’을 생각하고, 아버지가 담배 심부름을 시키시면 내가 ‘대리인’이 되는구나, 라는 식으로 실생활과 연관해 이론을 적용시키니 공부가 재밌더군요”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 후 법 과목에 흥미를 느낀 그는 사법시험에 도전하기로 결심하고 2000년 1월, 신림동으로 향한다. 하지만 여전히 그를 괴롭히는 것은 영어와 난해한 한자였다. 지금은 부인이 된 당시 여자친구는 그를 위해 옥편 찾는 법을 알려 주고, 민법책에 독음을 달아 주기도 했다고 한다.


“법서는 일정 분량을 정해두고 소설 책 읽듯이 쭉 읽어 내려갔습니다. 이해가 안 되도 그냥 읽고 또 읽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자연스레 이해되고 암기 되더군요”


2001년에 이어 2002년에도 영어 과락을 맞자 주위 선배들은 영어가 없는 법무사 시험을 먼저 보라고 권했고, 2003년 법무사 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한다. 하지만 사법시험은 포기 할 수 없었다. 공부가 길어지자 정체기가 찾아와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2004년, 무모한 듯 보였던 그의 도전은 성공으로 갈무리 됐다.


“흐트러질 것 같으면 바로 축구나 배드민턴 같은 운동을 했습니다. 잠도 하루 평균 9시간 정도 잤고요. 7~8시간이라도 깨어있는 동안 최대한 집중해서 효율적으로 공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1차 시험을 목전에 앞둔 수험생들에게 그는 “1차 시험의 경우 정확한 이해와 정확한 암기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시험을 앞두고 공부량을 늘리다 보면 시험장에서 더욱 헷갈릴 수 있으니까요. 각 과목을 간략하게 스킵하면서 그에 관한 최신판례를 꼼꼼히 정독하고, 암기할 사항을 확실히 암기하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조언했다.


운동에서 다져진 체력과 집중력이 수험생활에 도움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하는 그는 요즘도 사무실 옆 김포시 공설 운동장에서 운동에 열중하곤 한다.


지금 그는 서울지방변호사회 축구팀(일명 ‘서로(Seolaw)’)을 비롯해 3~4개 정도 축구팀에서 활동 중이다. 2006년에는 터키에서 열린 ‘세계 변호사 월드컵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축구선수 출신 변호사라는 흔치 않은 이력. 이중재 변호사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차근차근 방향을 설정해 가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은 스포츠 에이전트에도 관심이 많아요. 만약 에이전트를 하게 된다면 계약 뿐 아니라 세금이나 자산관리까지 총괄하는 선진화 된 종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그는 또 가능하다면 훗날 이론과 실무를 두루 갖춘 교수가 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알파벳도 모르던 축구선수가 변호사가 됐다. 그저 공부가 좋아서 열심히 했을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지만 그가 이룬 것은 결코 소소하지 않다. 무모한 듯 보였던 도전을 성공적으로 갈무리한 그. 이중재 변호사의 남은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 /김미정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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