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기 갖춰야 좋은 점수 얻는 시험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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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기 갖춰야 좋은 점수 얻는 시험될 것"
  • 법률저널
  • 승인 2008.02.2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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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LEET 출제자에게 듣는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김주훈 책임연구위원

 

지문 선택 시 인문 사회 과학기술 고른 안배 초점 둘 터

 

공직적격성검사(PSAT)나 의·치학교육입문검사(MEET & DEET)에 이어 새롭게 도입되는 적성검사로서 ‘미래의 법조인으로서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을 성공적으로 이수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 사고능력 및 논증능력을 측정한다’는 취지의 법학적성시험(LEET)이 8월 첫 시험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26일 예비시험 이후 관련 단체에서 분석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로스쿨 학원에서는 촉박한 시간 때문에 효율적으로 LEET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강의가 필수적이라고 광고하고 있고 예비시험을 본 직후 수험생들은 이런 정도라면 어느 정도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로스쿨을 준비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시간의 촉박함도 준비의 걸림돌이다. 대학 선정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고 자칫 로스쿨 개원 일정이 틀어지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는 가운데 역시 모든 것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수험생의 의무일지도 모른다.


이에 본지가 수험생들의 한 숨을 덜기 위해 LEET 시험의 토대를 쌓고 있는 한국교육과정 평가원 연구책임자인 김주훈 박사를 만나 LEET의 출제원칙과 8월 시험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들어봤다.


김주훈 박사는 이번 예비시험이 쉬웠다는 견해에 대해 충분한 변별력을 갖춘 시험이었다고 평했다. 난이도 문제에서도 수능과 같다는 것은 말 할 필요도 없다며 대졸 수준에 맞춘 적정한 수준이었다는 입장이었다.


또한 앞으로 난이도 변화가 있다면 점수가 높게 나오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차츰 보완해야 할 것이고 단기간 논의하는게 아닌 5~6년 정도를 내다보고 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LEET를 요행이 없는 시험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책을 개요만 훑어 나가는 공부방법으로는 풀 수 없을 것이라며 책 한 권을 읽더라도 분석적이고 논리적으로 읽는 습관을 들여야 좋은 점수를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연구위원과의 일문일답.

 

- 이번 26일에 실시된 LEET 예비시험의 난이도가 너무 평이해 변별력이 없고 수능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우선, 이번 예비시험의 경우 충분한 변별력은 확보했다고 생각한다. 아직 평가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세부적으로 단언하기는 힘든 상황이지만 우수한 수험생이라도 평균 50~60점이 나오도록 문제 수준을 조정했기 때문에 상위 학생의 경우 변별력을 가졌던 시험이라고 생각한다.


문제의 난이도가 수능과 같다는 말은 어폐가 있다. 언어 측정에서 본질적인 측면에서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당연히 수능보다 난이도가 높았으며 지문 자체도 길고 지문 수준도 높다. 고등학교 졸업의 교양적인 배경 지식을 전제로 한 문제와 대학교 졸업의 배경 지식을 전제로 한 문제의 수준이 같을 리 없다.

 

- MEET나 DEET의 경우도 처음에는 쉬웠다가 나중에는 어려워졌다.


현재 수험생들의 관심이 문제의 난이도에 쏠려 있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문제점이 발생하면 향후 점차 보완해나갈 것이다.


난이도 조정은 1~2년 단기간에 논의할 문제가 아니라 향후 5~6년은 내다보고 조금씩 조정해야 하는 문제다. 예를 들어 모두 만점에 가깝다거나 법학적성에서 우수하게 평가받은 수험생이 향후 변호사시험에서 불합격한다면 연계성 문제를 재고해봐야 할 것이다. 향후 영역과 과목별 측정 내용도 전면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면 그런 방향으로 조정될 것이다.

 

- 법학적성시험 점수 활용은 전문대학원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대학들의 입학 전형에서 GPA, 영어, 면접 등과 더불어 전형요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채점하며 성적을 내고 통보하는 등 성적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점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그리고 20% 혹은 30% 등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활용할 것인가는 오로지 대학이 결정할 문제다. 또한 영역별 가중치도 대학이 원하는 인재를 뽑는 데 각각 달리 부여할 수도 있고, 부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성적은 표준편차 10점, 평균 50점 표준점수법을 통해 산출될 것이며, 영역별로 표준점수와 이에 해당하는 백분위 등의 점수를 제공할 것이다. 현재 표준점수법은 MEET이나 수능에서도 활용되는 점수 계산법이고 훌륭히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

 

- 영역별로 출제 원칙을 설명해 달라.


출제의 기본 방향이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 이수에 필요 능력을 측정하는 데 있기 때문에, 입학 후 수학할 문제해결상황 등에서 필요한 배경 지식 및 역량을 평가한다. 적성시험의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특정 분야의 심층적인 지식이 필요한 게 아니라, 정규대 교육 이수자라면 주어진 지문이나 자료를 통한 정보와 종합적 사고력으로 충분히 풀도록 출제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언어이해에서 대학원 교육 이수에 필요한 언어능력ㆍ의사소통능력ㆍ고등사고력을 측정키 위해 지문은 인문, 사회, 과학·기술, 문학·예술 등 여러 분야의 글로 독서 체험의 폭과 깊이를 평가토록 제시한다는 기준을 갖고 있다. 쉽게 말해 이 영역에서는 법률 활동에서 가장 흔히 요구되는 많은 내용을 빠른 시간 내에 읽을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게 된다. 문장의 쉽고 어려움은 별개로 아무리 쉬운 문장이라도 수십 권의 책에 해당할 정도로 버거운 분량이 주어졌을 경우 정해진 시간 내에 정확하게 핵심을 짚어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기본기로 다져져 있어야 한다.


속도 검사가 아니라 역량 검사인 추리논증의 경우에는 대학원 교육 이수에 필요한 논리적·비판적·분석적 사고력과 문제해결력 등 고등사고력 측정을 위해 인문, 사회, 자연기술 등 학문 분야, 그리고 행동 방침 등에 관한 일상 분야 및 도덕 분야를 내용으로 하면서 언어추리, 수리추리, 논리게임의 문항을 통해서 추리 능력을, 논증의 주장과 제시된 근거와 논증이 기반한 원리나 가정 등을 파악하는 ‘분석 및 재구성’, 논쟁 쟁점을 파악하는 등의 ‘비판 및 반론’, 오류를 파악하는 ‘판단 및 평가’의 문항을 통해서 논증 능력을 평가한다. 특히 이 영역을 위해서 토론 훈련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 주어진 대화를 분석하고, 문장 사이의 내용을 재구성하며, 주어진 정보에 비판과 평가를 내리는 등의 문항들은 논증을 이루는 기본 사고 과정을 측정하기 위한 문제들이다.


논술의 경우도 특정 전공 분야의 배경 지식이 있어야만 해결할 수 있는 문항은 제외하고, 객관적인 분석을 측정할 수 있는 단문, 창의적 반응과 구성까지 측정할 수 있는 장문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성격의 논제들 가운데 2~4 문항을 출제할 것이다. 제시문은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오랜 시간을 거쳐 그 가치가 검증된 텍스트를 중심으로 선정할 것이다.

 

- 장기적으로 문제은행식으로 출제하실 계획이라고 하셨는데 텍스트 선정 방향은?


예시문항과 예비시험을 통해 텍스트의 선정 방향은 충분히 제시됐다고 생각하며, 다양한 분야의 지문과 다각도의 접근을 전반적인 텍스트를 선정하고 출제하는 기준으로서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학문적 역량 평가를 위해 지문 범위를 넓혀 다양한 내용의 텍스트가 지문으로 균형 있게 출제돼 여러 배경 지식을 지닌 수험생들의 법학적성을 정확하게 짚어낼 것이다. 어느 누구도 불리하지 않도록, 또는 지나치게 유리하지 않도록 특정 분야에 치우친 지문을 배제할 것이다. 인문, 사회, 과학ㆍ기술 등 언어 이해의 지문을 단순히 수치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앞서의 평가 요소를 고루 포함해 결과적으로 균형있는 평가가 되도록 출제할 것이다. 법률 활동 시 직면하게 될 수많은 상황과 맥락을 각 내용 영역에서 다루기 위한 텍스트인 점을 염두에 둔다면 준비하는 데 어려움이 다소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 순수하게 추리나 논증만을 묻는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대부분 내용 측면 즉 상황이 주어진 상태에서 추리와 논증을 측정하는 문항들이 많다. 현재의 평가틀 내에서 보면 여러 내용을 통해 이를 묻는 이유는 실제 법률 활동에서 필요한 추리와 논증은 상황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문제를 변론하는 상황에서는 주택과 관련한 추리와 논증이 필요하고, 범인 검거 관련 변론 상황에서는 범인을 검거하는 추리와 논증이 필요한 것이다.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관련해 변론하는 상황에서는 이와 관련한 추리와 논증이 필요하다. 한 마디로 좋은 문제는 이같은 변론 현실의 다양한 상황을 전제로 한 추리와 논증력을 측정코자 할 때 나온다고 말할 수 있다. 법률가가 자연과학 분야의 지식을 갖고 있다면 관련된 사안의 처리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것임을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이와 달리 법률지식이 많더라도 컴퓨터 바이러스에 관한 상황의 추리와 논증을 잘 해결할 수 없다면 결국 이와 관련한 변론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일례로 삼단논법 그 자체를 묻는 문항도 있지만 대개 상황과 연결해 삼단논법의 추리력을 묻는 것은 이것이 훨씬 더 재미있고 일상생활 문제의 해결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논리만 드러나는 것보다 내용을 통해 논리를 묻는 것이 현실에서 법률가로서의 잠재능력을 측정하는 더 좋은 문항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 향후 지문에서 중요하게 다룰 분야는?


아무래도 향후 미래 법률 시장에서 법조인은 다른 어떤 부분보다 과학ㆍ기술 분야의 배경 지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다른 내용 영역보다도 과학 분야의 텍스트 강조가 될 수 있다.

 

- 관련 기관마다 LEET 대비 수험생들에게 기본기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 분석과 추리를 통해 글을 정독하려는 노력, 그리고 글을 써보는 훈련을 오랫동안 지속해 기본기로 갖춰야 좋은 점수를 얻는 시험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문학책의 개요를 대충 죽 훑는 식으로 공부해서는 결코 원하는 점수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문학작품의 내용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능력 등을 오랜 기간 연마한 사람만이 원하는 결실을 얻게 될 것이다. 평소에 책 한 권을 읽더라도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습관을 들인 사람, 토론을 통해 깊이 사고한 후 그러한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식으로 완전히 내용을 소화하는 수험생들에게 유리한 시험이 될 것이다. 많은 책을 읽되, 한 작품을 읽더라도 끈기 있게 토론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기본기를 배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8월 시험에서는 처음 막 준비하는 이들과 평소 사고력 훈련 등 지속적으로 기본기를 닦아온 사람들과는 당연히 차이가 있어야 한다.

 

- 수험생에게 조언이 있다면.


법학적성시험이 본래의 의미를 살려 한국적 현실에 안착되는 데는 무엇보다도 수험생 여러분들의 기본적 소양의 배양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법관이 되려는 사람의 기본 소양은 공부 방법을 통해서도 다져지는 것이라고 본다. 사회 정의에 대한 의식도 적성시험의 점수를 올리는 데보다는 기본기에 충실하려는 수험태도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8월 시험에만 초점을 둬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기본기 배양을 위한 공부 방법을 지속해나간다면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이호영 고승우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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