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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률저널 편집부
  • 승인 2002.01.05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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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수
제45회 행정고시 최연소 합격(재경직)
서울대 경제학과 4년 재학 중(만2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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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수기를 시작하며...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번 제45회 행정고등고시 재경직에 응시하여 합격한 최연수입니다. 정말 운이 좋아서 최연소로 합격했을 뿐이고 성적도 좋은 편이 아닌데 이런 원고 청탁을 받게 되어서 매우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주위의 권유도 있고, 이런 글을 써보는 것도 제 인생에 있어서 영광이고 좋은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합격수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제가 제 인생의 경험을 누군가에게 들려줄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는 생각에, 2년여 동안의 저의 고시생활을 객관적 사실들만을 위주로 되돌아보고자 합니다.

 

고시에의 입문...

 

고시를 해보겠다는 생각을 막연하게나마 갖게 된 것은 1학년이 끝날 무렵이었습니다. 대학교에 들어와서 1년을 아무 생각없이 보내고 나서, 대학4년 동안 무언가를 이루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벌써부터 본격적으로 사법고시나 공인회계사 준비를 하는 친구들이 있었고, 저의 친형도 사법고시를 준비하고 있어서 고시라는 것에 어느 정도 정보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저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행정고등고시의 재경직이 가장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선 시험이나 쳐보자는 생각으로, 1999년 3월에 경험 삼아 1차를 응시하였습니다.


경제원론도 제대로 모르는 상황이니 영어만 제대로 풀어보고 나머지 과목은 문제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살펴보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한번 시험을 쳐보면서 실전 감각을 익혀두었던 것이 아주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주위의 사람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공부를 하고, 어떻게 쉬는 시간을 활용하는 지, 실전에서 시간이 얼마나 부족한지 등을 옆에서 보면서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1차시험의 준비

2학년이 되고나서 새학기의 들뜬 분위기 속에서 정신을 못 차리다가 중간고사가 끝나고부터서야 도서관에 다니면서 1차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전공이 경제학인 관계로 경제학이나 재정학은 최대한 학교수업을 이용하였습니다. 목적의식이 있었기 때문인지라 수업에 더 충실할 수 있었고, 수업을 들으면서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매력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조금은 역설적이지만 이때야 비로소 전공을 경제학으로 한 것에 보람을 느꼈고, 앞으로 공부를 계속한다면 경제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경제학은 미시는 이준구 교수님 책을, 거시는 정운찬 교수님 책을 보았고, 문제집은 주한광 교수닙 문제집을 보았습니다. 재정학은 전영섭 교수님의 수업을 들으면서 교수님의 책과 이윤복외 6인 공저 문제집을 보았습니다.


헌법은 저로서는 처음 접하는 법학 과목이라 우선 권영성 교수님의 책을 한번 읽어보고, 99년 여름 방학에 학원수강을 하였습니다. 사람마다 개인 차이가 있겠지만 저는 전공이 아닌 과목은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학교에서 청강을 하거나 학원수강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원수강을 한 후에는 김학성 교수님의 객관식 문제집만 반복해서 풀면서 요약된 내용을 암기하였습니다.


한국사는 제게 가장 어려운 과목이었습니다. 헌법도 처음 접하는 과목으로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실력이 쌓이는 듯 했는데, 한국사는 양이 너무 방대해서 실력향상의 뿌듯함도 없었고, 어려운 한자가 너무 많아서 책 읽는 속도가 도저히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국사도 학원수강을 했는데 수업 자체가 지루해서 인지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그래도 학원수강을 안 하면 아예 능률이 날 것 같지가 않아서 본 강의 외에 모의고사 반 까지 다니면서 그때그때 들은 내용을 기억해 두려고 했습니다. 결국 후반에는 한국사를 거의 포기하고 1.5회독 정도만 하고 시험을 치루었는데 다행히 한국사가 아주 어렵게 나와서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은 결과가 있었습니다. 운이 너무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어는 고등학교때부터 충실히 해온 과목이라 따로 문법책은 보지 않고, 매일 조금씩 페리언 단어집을 보고, 기존의 기출문제를 모아 시간을 재면서 문제를 풀어보는 것으로 대체했습니다.


1차를 보기 2주전 쯤에, 딱 1개월만 더 있으면, 정말 제대로 공부하고 시험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형에게 하소연을 했더니, 내년에 시험을 보더라도 그런 생각이 들거라면서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고 충고해 주었습니다. 너무 교과서적인 말이 었는데 그 말이 큰 힘이 되었고, 지금 생각해봐도 맞는 말 같습니다.

 

2차시험의 준비

5월 말이 되어서야 1차 합격자 발표가 나왔습니다. 저희 때는 시험지를 갖고 나올 수가 없어서 성적을 알기 어려웠고, 한국사와 경제학을 잘 보지 못했다는 생각에 많은 기대는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다행히도 커트라인을 간신히 넘겼고, 갑작스런 합격소식에 마냥 기쁘고, 시험이 1년도 넘게 남았다는 생각에 정신을 못 차리다가 9월이 되어서야 긴장을 하고 다시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와서 가장 후회되는 것 중의 하나가 빨리 2차 준비를 시작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시간이 정말 빨리 가더군요.


먼저 가장 부담스러웠던 행정법을 이병철 변호사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저의 가장 큰 고민은 책읽는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2차시험 마지막 날 까지 모든 과목에 걸쳐 저를 괴롭혔습니다. 2차 과목의 학원수업은 범위가 워낙 넓고 중간중간에 모의고사도 보기 때문에 진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게 나갔고, 결국 그때부터 학원모의고사를 진도에 맞쳐 공부를 하고 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는 하위수준의 모의고사 성적으로 이어져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이병철 변호사님의 강의를 들은 후 김동희 교수님의 책을 교과서로 삼아 회독수를 늘려가면서 필요한 부분을 끼워가면서 단권화를 했습니다. 이때 이재화 변호사님의 책도 참고하였습니다. 책 읽는 속도가 느린 저로서는 두 참고서를 다 읽을 수는 없었고, 전에 합격하신 선배님의 단권화된 책을 빌려 필요한 부분을 발췌해서 보는 식으로 해서 시간을 절약하였습니다. 판례집은 시간이 없어서 거의 보지 못하다가 시험을 얼마 앞두고 불안해서 15개 정도를 무작위로 뽑아서 매일 한 개씩 풀어서 케이스 감각을 읽혀두었습니다.


경제학은 전공이라 부담이 없을 줄 알았는데, 거시의 경우는 봐야할 책이 많아서 예상외로 시간을 많이 투자하게 되었습니다. 2차 준비를 위해 경제학 학원을 다녀보니 5~6개 정도의 책을 추천해주었습니다. 당황한 저로서는 우선 김기화 교수님의 책을 사서 1회독을 하였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다른 책들은 도저히 읽을 수 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권이라도 제대로 보겠다는 생각에 정운찬 교수님 책을 위주로 하고 나머지 책들은 학원프린트를 보충하는 식으로 하여 대체하였습니다. 미시의 경우는 이준구 교수님의 책을 기본으로 하여 학원 프린트를 조금 끼워놓는 식으로 대체하였습니다.
저는 회계학과 통계학을 선택하였습니다. 회계학과 통계학은 하는 만큼 점수가 나오기 때문에 반드시 전략과목으로서 고득점을 해야 합니다. 저도 이런 말을 많이 들어서 그렇게 하려고 했고, 회계학에서 실수가 많아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통계학에서는 다행히 점수가 많이 나와서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회계학은 양이 많습니다. 회계원리부터 시작해서 손호근의 회계이론을 보았고, 김성기·안숙찬의 원가회계 및 남상오 회계이론의 감사부분을 책으로 보았습니다. 그 다음 어느 정도 회계학에 대한 이해가 갖추어진 후 선배님의 회계학 서브를 파일로 받아서 편집을 하면서 제 서브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남의 서브를 보는 것이 위험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망설였지만, 책을 읽는 속도가 느린 저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선배님의 서브는 남상오 회계이론을 기초로 만들어진 것이라 제가 공부한 손호근 회계이론과 비교하면서 나름대로 두 책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공부한 부분과 선배님의 서브를 비교해보면서 저만의 서브로 편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시도는 성공적이었고, 시간도 혼자 서브를 만든 친구보다 오래걸렸지만 제 기준으로는 매우 빠르게 끝난 편이었습니다.  통계학은 양은 적지만 공식 하나라도 정확히 암기가 하여야 한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그래서 공부할 때는 부담이 적지만, 시험을 치기 직전에는 그것이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고, 계산문제를 풀기 위해서 시험전날에는 어느 정도의 수면을 취해야 한다는 제약도 생깁니다.


그러나 (통계학이 쉽게 나오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제 성적 중 가장 좋은 점수가 나왔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통계학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단, 저는 국제경제과목은 들어본 적이 없고, 통계학은 경제통계학을 한번 수강했었습니다. 재정학은 1차 때 보지 않았던 이준구 교수님 책을 기본서로 해서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보충자료를 끼워넣는 정도였는데, 양도 많지않고, 마지막날 보기 때문에 크게 부담없이 공부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행정학은 별로 생각나는 것이 없습니다. 워낙 손에 잡히지 않는 과목인지라 이원희 '열린행정학'을 2번 정도 목차위주로 읽고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았던 학원프린트를 중점적으로 보았습니다. 역시 성적도 가장 안 좋습니다.

 

글을 마치며...

글이라가엔 너무도 부족한 졸렬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글을 쓰면서 2년동안의 기억들이 단편적으로 지나가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기간동안 나름대로 목표를 정하고 노력했지만 후회되는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공부양도 너무 부족했고, 마지막에는 단권화된 책도 여러권 잃어버리는 등 운도 따라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고시는 '실력50에 테크닉50'이라는 생각으로 5일동안의 시험기간동안만큼은 후회없이 보내야 겠다는 생각으로 시험을 치루었고, 시간도 2시간씩, 답안지도 오기로 10장씩 꼬박꼬박 채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글을 빌어서 항상 저를 지켜주신 하느님과 부모님, 그리고 무엇보다도 고시 생활의 선배이자 동반자로서 항상 힘이 되어주었고 이제는 어엿한 사법연수원생이 된 형에게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또 여러방면으로 도와주신 이차웅 선배님, 함께 공부하고 힘든시간을 보냈던 선배님들과 동기들, 사시를 준비하고 있는 여러친구들, 힘든 군대생활 중에서도 나를 챙겨주었던 멋진 친구들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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