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꿈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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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꿈을 찾아서...
  • 법률저널 편집부
  • 승인 2002.01.05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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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서울대 불문과 4년·제35회 외무고시 최연소합격

 

 잃어버린 꿈을 찾아서...

 

1. 들어가며

 최연소 합격자라는 타이틀로 이 글을 쓰게 되었지만 과연 제가 그런 이미지에 걸맞는 사람인가는 조금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최연소라 하면 나이가 매우 어리고 타고난 천재성을 소유해서 매우 짧은 기간에 합격한 사람인 듯한 이미지가 있기 마련인데 저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우선 대학을 6년째 다니고 있으며- 물론 여러 번 휴학을 했지만- 천재적이지도 않고 공부기간도 여타 장수생 못지 않습니다. 따라서 주위 친구들이나 선후배들은 합격에 대해서 많이 축하해 주면서도 이 타이틀에 대해서는 적잖이 놀랬다는 얘기들을 합니다. 저 역시 많은 어색함을 느끼며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다만 저의 고시준비 경험이 외무고시를 시작하려는 사람이나 한참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2. 1996년도 대학입시의 실패

     저의 꿈은 꽤 오래 전부터 외교관이었습니다. 사실 외교관이 어떤 직업인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단지 재미있는 직업일 거라는 환상만을 가지게 된 꿈인 것 같습니다.  물론 합격한 지금도 외교관이라는 직업에 대해서는 경험이 없으므로 여전히 조금의 환상은 가지고 있습니다. 외시에 먼저 합격한 선배들은 그런 환상은 깨야 되며 또한 어쩔 수 없이 깨질 것이라고 충고하지만 아직까지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전 이러한 저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외교학과나 정외과를 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수능성적은 생각보다 적게 나왔으며 큰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선생님의 권고로 서울대 인문대학 언어학과를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굉장한 현실과의 타협이었습니다.  물론 그때 다른 대학에도 지원할 수 있었으므로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원서를 냈습니다. 그러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저는 두 시험에 모두 불합격했습니다. 다만 어이없게도 서울대는 제2지망으로 불어불문과에 합격하게 되었으며 고려대는 추가합격생이 되기는 하였습니다. 많이 고민을 하긴 하였으나 결국  대학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선택 뒤에는 사립대학의 등록금을 버거워 하는 저희 집의 사정과 재수 생활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결국은 그동안 최선을 다했다는 스스로의 위안으로 저는 실패감을 안은 채 고향인 대전을 떠나 서울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3. 외무고시준비결정

지금 생각하면 불문학과에 합격하게 된 것을 무척 다행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계속적으로 불어에 대한 감을 유지할 수 있어서 2차 선택 과목으로 고득점을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이유가 됐기 때문입니다. 고3 때 본고사 준비를 위해 본격적으로 준비했던 불어에 대한 흥미로, 담임선생님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장난처럼 써 넣었던 제2지망이 저의 평생을 결정했다는 사실은 저에겐 아직도 놀라운 일입니다. 그러나 사실상 저는 과와 관계없이 제가 지원한 과에 실질적으로 불합격했다는 사실로 여전히 의기소침해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거의 1년 반을 책을 놓고 과 친구들과 놀러만 다녔습니다. 워낙 성격이 노는 것을 좋아하던 터라 그 기간동안 술과 당구만 늘어갔습니다. 반면 여전히 실패감은 남아있어 계속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결국 저는 새로운 타개책을 모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공부도 다시 시작하고 싶었으며 그 동안의 실패감을 떨쳐버리고도 싶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외무고시시험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여기에는 외시를 많이 하는 과의 분위기 덕분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1차 시험에 6명이나 합격한 사실은 저에게 큰 가능성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이 때 비로소 저의 잃어버린 꿈을 되찾은 셈입니다. 이 즈음에 저 자신에게 한 말이 있습니다. 


"이제 다시는 실패하지 말자"

 

4. 1차 준비

이렇게 스스로에 대한 엄격한 약속으로 시작된 고시생활은 그리 순탄하진 않았습니다.  그동안 사람들과 어울려 놀기만 좋아하게 된 체질이 잘 바뀌지 않았을 뿐더러 도서관에 나가는 횟수보다 나가지 않는 횟수가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2학년 여름방학 때 선배와 무턱대고 듣게 된 학원강의도 그리 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결국 3학년 초 98년도 시험에는 거의 준비를 못한 채 시험에 임하여 당연스럽게 불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다음 기회가 있을 거라 믿고 준비하였으나 여전히 도서관에 앉아 있는 그리 쉬운 일이 되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술을 자주 먹었으며 당구 실력이 오히려 늘어갔습니다. 또한 여자친구까지 사귀게 되어 공부량은 줄어만 갔습니다. 그러나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설상가상으로 건강까지 나빠져 점점 군입대를 미루고 굳은 결심으로 시작했던 고시생활이 후회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모든 것을 되돌리고 싶은 심정뿐이었습니다. 아파서 하숙집에 누워있는 일이 흔했습니다. 결국 반쯤은 시험을 포기하는 사태까지 이르렀습니다. 결국 마음은 여전히 굳지 못하고 건강은 더욱 나빠져 4학년 초 99년도 시험은 제대로 치르지 못했습니다. 성적도 그리 좋을 편이 못 되어서 모든 고시생활을 접고 군입대를 하기로 마음까지 먹었습니다.


그러나 전 여전히 약골이었습니다. 군입대는 여전히 저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었으며 부모님의 권고는 이러한 결심을 또 다시 약해지게 했습니다. 부모님은 저의 이러한 구체적인 상황을 모르신 채 한 번 더 시도해보기를 권하셨습니다. 아이러니 한 것은 그렇게 그만 두기로 마음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부모님의 뜻은 오히려 저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고시를 마약이라고 하나 봅니다.


어쨌든 이 때가 바로 저에게는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것입니다. 이 때부터 저는 저의 문제점을 점검하여 시정하려 노력하였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자제하고 체력을 위해 조깅도 시작했습니다. 다행히도 이러한 결심은 군 제대후 공부를 시작한 진호형이나 사시를 준비하시던 채흥이형의 도움이 컸습니다. 두 분다 워낙 성실하셨기 때문에 저는 같이 페이스만 유지해도 될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하여 그 다음해인 2000년도 제1차 시험에 합격하는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더욱이 친한 호철이형과 같이 합격하게 되어 더욱 기뻤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군대는 저의 발목을 잡고 있었으며 부담감은 여전했습니다. 이 때가 바로 제가 대학을 5년째 다니고 있던 해입니다.

 

5. 2차준비

일단 1차에 합격한 후 소심하던 마음이 많은 자신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정을 워낙 그리워하던 저는 1차 공부 때의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또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조금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그 친구도 초등학교 교사임용시험을 준비하고 있던 터이고 예전에 한번 만난 적이 있었으므로 더욱 싶게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 저희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려 노력하면서 시험준비를 해나갔습니다.


 그러나 2차 시험은 여전히 저에게 큰산이었습니다. 경제학을 비롯하여 선택과목인 국제사법- 이 과목선택은 거의 저희 과 외시생들의 필수 같았습니다- 은 저에게 전혀 생소한 과목들이었습니다. 이 쪽에 대한 기본지식이 전혀 없었으므로 완벽히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따라서 스터디에 들어가려는 생각은 엄두도 못내었습니다. 스터디를 한다면 여기에 타성적으로 이끌려 갈 뿐 제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 답안지는 제가 쓰는 것이므로 무엇보다도 제가 깨달아 가는 지식이 우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언어과목 즉 영어와 선택과목인 불어는 반강제적인 학습을 위해 스터디를 조직했습니다. 이 과목들은 지금 생각해도 스터디가 꼭 필요한 과목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다른 과목에 비해 이런 과목들은 계속적이고 꾸준한 공부가 생명인데 반면 그만큼의 탄력을 받기가 어려운 과목들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영어는 2000년도에 2부로 합격한 과 친구 종민이가 2학기 수업을 듣는 동안 많은 도움을 주었으며 이 때 영문과 성욱이형과 과선배 호철이형이  함께 했습니다. 또한 불어는 성욱이형과 과선배인 영준이형과 함께 주말에 한번씩 만나 준비를 했습니다.  저희 불어스터디는 공부량에 비해 막강하여 이번에 모두 합격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역시 불어가 전략과목이었나 봅니다.


 그리고 답안지는 그리 많이 써 보질 못했습니다. 2차 시험 막바지에 이르러서 이것이 저에게는 큰 두려움이었습니다. 국제법은 12월말에 2차 준비를 위해 처음으로 보면서 학원GS을 들었고 1월말에 국제정치학 GS를 한 번 했을 뿐입니다.  경제학 또한 선배들의 충고로 절대 책을 벌이지 않고 오직 1권씩만 택하여 지속적으로 봤습니다. 물론 많이 취약했습니다.


그런데 너무나 운이 좋게도 저는 같은 도서관 열람실에 있는 마지영이라는 누나와 막판 답안지 쓰기를 연습하기로 했습니다. 지영이 누나는 과선배인 호철형과 스터디를 같이 했었으므로 자연스럽게 알고 지내긴 했으나 직접적인 관계는 없던 분이었습니다.  저는 그 때 너무도 부족함을 통감하고 있던 터라 마지막 한 달여 동안 답안지를 실전처럼 써보는 연습을 하자는 누나의 권유는 거의 천우신조 같았습니다. 그 때는 모두들 마지막 정리기간이라 하여 스터디원이 되기를 꺼려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너무도 급했기 때문에 당연히 참여하기로 하여 공부량이 많이 쌓인 누나로부터 기생충같이 엄청난 도움을 받았습니다. 아마 누나와의 만남이 없었더라면 합격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다만 제가 누나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아 너무도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그래도 그리 답안지를 많이 써보지를 못했습니다. 제대로 써 본 것도 몇 되지 못하였습니다. 게다가 저는 글씨가 느려 과연 2시간이라는 제약 속에 10장을 다 채워 넣을 수 있을까 많이 우려했습니다. 동차시절에 다 써낸 과목이 국제법뿐이어서 더욱 걱정이 커 갔습니다. 그러나 만약 저와 같이 이러한 걱정을 하고 계신 분이라면 그것은 바로 기우일 뿐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답안지는 어떻게든 채워지게 마련이며 중요한 것은 글 내용자체라는 사실입니다. 10장을 채우고도 과락을 면치 못하는 분들이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이번에 8장정도 밖에 쓰지 못하였습니다. 이것을 깨닫는데 외통부에 계신 상욱이형의 도움도 컸습니다.


저는 이번 기회를 통해서 얻은 것이 많습니다. 그 중 하나가 자신감입니다. 어떤 일을 하든 이제 다시는 실패하지 않을 거라는 의지를 갖게 되는 인생의 가장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만약 고시에 실패했다 하더라도 저에겐 큰 자산이 되었을 것 같을 정도입니다.

 

6. 마치며

그 동안 저를 위해서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시고 절대적인 지지자가 되어주신 부모님께 너무나 감사드리고 싶고 변함없이 지켜봐준 형님과 훈련소에 있는 동생 그리고 공부기간동안 저에게 계속적인 용기를 준 여자친구, 과동기 선후배들 특히 진호형과 채흥이 형에게 기쁨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제부터는 유능한 외교관이 되도록 전념하겠습니다.
예전에 합격생들의 수기를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보통 1차 준비할 때 많이 읽고 그 특이하고 탁월함에 고무되기도 하고 진로를 두려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에 주로 2차 위주로 공부법이 소개되어 많이 실망하기도 했었으나 결국 저도 그 쪽에 치중하게 된 감이 없지 않습니다.  진정한 고시공부는 2차 때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을 저도 은연중에 갖고 있나봅니다. 아니면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1차 때 느낌을 기억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공부량이 부족합니다. 다만 이렇게 잘난 척을 하고 있는 이유는 저의 조그만 경험이 불모지인 외시준비를 시작하려는 분이나 한참 준비하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저의 소박한 기대 때문입니다. 문득 외시에 합격하여 공군장교로 계시는 과선배 용진이형이 술자리에서 해준 말이 기억납니다. 


    " 많이 공부하는 거보다 잘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


    모쪼록 고시의 특성을 잘 이해하셔서 빠른 시일 안에 합격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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