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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
  • 법률저널 편집부
  • 승인 2002.01.05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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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철
제35회 외무고등고시 제2부 수석·고려대 영문과졸

 

Rain

 

I. 꿈

 

"Whenever you dream, you're holding the key.  It opens the door, to let you be free."

 

 지난 4년. 오직 하나만 갈망해오던 꿈, 하늘에 별처럼 멀게만 느껴지던 꿈이 현실로 다가오니 만감이 교차하며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는다. 합격한 것을 알게 됐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도 이상하게 눈물 한 방울 안나며 무덤덤하다. 아직 실감이 안나서 그런가... 그냥 합격한 것만으로도 감개무량한데 최고득점이라니...


 돌이켜보면 많은 이들이 그러했듯이 그 당시 나 또한 IMF 태풍으로 마음에 맞는 일자리를 얻지 못했었다. 최종 면접까지 가서 낙방을 수 차례 반복하며 내 자신보다 사회 현실을 탓하곤 했었다. 그때 어느 취업 전문가가 나한테 말했다, "박형철씨는 취직하기 힘들겠어요." 당황한 나는 그 이유를 듣고 정말 황당해졌다. 우리 나라에서는 TOEIC, TOEFL 만점자들은 거부반응부터 불러 일으킨데나... 그 당시 영어 하나 믿고 까불던 나는 정말 살 맛이 안났다. 아마 그것보다는 나의 결정적인 결함(?)이 사실상 더 크게 작용했으리라 믿고 싶다. 어느 선배가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자신의 학부 성적표를 '노비 문서'라고 말했던 것처럼 나의 학부 성적이 취업의 결정적인 장애요소로 생각되면서 조금이나마 남아있었던 나의 마지막 자존심마저도 좌절과 절망으로 철저히 앗아갔던 그 시절...


 비바람은 계속 몰아치고 이미 오래 전부터 예정된 결혼날, 결국 백수가 장가가니 부모님의 눈에는 이슬이 가득하셨다. 그날마저도 결혼식을 서둘러 마치고 또 다른 면접 장소로 허겁지겁 뛰어가 보니 이미 면접은 끝난 후였다. 너무나 힘들었다. 지친 나에게 아내가 공부를 더 해보라고 그때 조언을 해줬다. 문득 생각해 보니 친구가 예전에 알려줬던 외시 2부 제도가 떠올랐다. 그 동안 성실하게 공부를 안했던 후회와 미련을 만회할 마음으로 가장 공정하다고 알려진 고시에 도전하기로 그때 다짐한 것이다.

 

II. 현실

 막상 공부를 시작하려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했다. 1998년도 공무원 임용시험 시행계획 공고를 보고 과목을 파악한 후 국사 공부를 시작했다. 1차 시험이 2개월 후였기에 예행 연습이라 여기고 부담 없이 공부했다. 외국에서 거의 모든 정규 교육 과정을 이수한 터라 그간 국사를 한번도 접해보지 못했었다. 고등학교 교과서부터 시작해서 친구가 알려준 이기백의 '한국사신론'과 김윤수의 '탐구한국사'를 여러 차례 반복해서 읽었다. 너무나 흥미로워서 잠도 안 자가며 몰입했다. 기출 문제를 풀어본 후 자신감이 생겨서 끝까지 열심히 공부에 임했다.


 1차 시험이 끝난 후, 무턱대고 기다릴 수 만은 없었기에 아르바이트를 구해보기로 하고 아내가 신문에서 오려둔 영어학원 강사자리에 응시를 했다. 그때 지친 내 삶의 은인이 되어주신 전 YBM 시사영어사 어학학원 본원의 윤석흥 원장님을 만나게 됐다. 알고 보니 윤 원장님은 전직 외교관이셨고 은퇴 후 YBM의 창업자이신 민영빈 회장님의 권유로 학원을 경영하고 계셨던 것이다. 의기소침해있는 나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주시고 처음부터 높이 평가해 주시며 많은 배려를 해주셨다. 윤 원장님의 정신적, 물질적 도움에 힘입어 잃어 버렸던 자신감을 점차 회복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던 것이다. 학원 첫 출근 날 1차 합격 소식을 접하고 가뿐한 마음으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학원 일은 아르바이트와는 거리가 먼 직종임을 나는 곧 깨달았다. 수업준비와 강의로 2차 공부를 시작조차 할 수 없었다. 10개월 후 또 다시 아내의 조언에 따라 대학원을 가기로 마음먹고 윤 원장님께 말씀드리며 사실은 외시를 준비중이라고 알려드리자 적극적으로 진학을 권장하시며 격려해주셨다. 학원 일을 그만두고 대학원의 입학과 동시에 실질적인 수험생활에 접어들었다.

 

III. 노력

 1999년 제33회 2차 시험에서 그 동안 아무런 준비를 못했기에 논문 과목은 자리만 채우고 나왔다. 그 다음 해, 동차를 목표로 여름부터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다. 방학 특강을 듣고 신림동에서 윤경철 선생님의 국제법과 국제정치학 강의를 듣고서야 고시가 무엇인지 비로소 알게 됐다. 가을부터는 학교의 외무고시실 '다붕촌'에서 여러 외무고시 수험생들과 함께 공부를 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 해 겨울부터 혼전을 다해 난생 처음으로 미련 없이 공부를 해봤다.
 2000년 제34회 시험 당시 어떤 일이 있어도 합격하겠다는 마음으로 동차를 노렸다. 외시 제2부의 1차 시험은 비교적 쉬운 편이라 무난하게 합격할 수 있었다. 문제는 2차에서 터졌다. 2부의 2차 경쟁률이 높은 것을 너무 의식한 것인지 시험 첫날, 시간 안배를 잘못해서 국제정치학 시험 3번 문제 답안을 1장 정도밖에 못썼다. 그래서 그 다음날 시험은 거의 포기한 심정으로 성의 없이 답안을 작성했다. 국제법 시험 날에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신중하게 시험에 임했다. 그 결과 국제법에서 70점대의 높은 성적을 획득할 수 있었지만 합격선은 아쉽게도 0.59점 차이로 벗어났다.


 미련을 접어두고 한번만 더 응시해 볼 마음으로 여름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대학원 수업과 고시 공부를 병행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또한, 아이까지 있는 가장으로써 공부만 할 수는 없었기에 2000년 9월부터는 다시 영어학원에서 일을 하며 늦은 밤과 새벽을 활용해서 4, 5 시간만 자고 공부를 해야만 했다. 공부하면서 몸과 마음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 2001년 3월, 2차 시험을 1달 앞두고 학원 일을 다시 정리하고 집중적으로 공부에 임했다.


 작년의 쓰라린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시험에서는 마음을 비우고 모든 시험에 시간 안배를 해가며 최선을 다했다. 국제경제법에서 예상 밖의 질문을 접했지만 침착하게 다른 문제들을 먼저 기술한 후 그 문제는 큰 목차 위주로 아는 범위 내에서 간략하게 정리를 했다. 작년에 안타깝게 낙방해서 올해는 수석을 목표로 공부했었지만 2차 시험이 끝난 후 국제경제법 문제 때문에 합격 자체를 확신하지 못하고 지냈었다. 뜻밖의 수석합격 소식을 접하고 보니 아마도 마음을 비우고 자신감 있게 답안을 작성한 결과 기쁜 소식을 듣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IV. 공부

 본인의 경우, 외시 제2부 시험의 성격, 공부방법, 및 적절한 교재 등을 알 방법이 없어서 많은 시간을 허비하면서 시행 착오를 겪었다. 다음을 통해 예비 수험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공부하면서 느꼈던 2차 과목들의 사항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다.


 앞서 언급했듯이 2차 시험은 경쟁률이 높은 관계로 모든 과목에 고득점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2차 합격선이 매년 70점대에 육박하므로 한 과목도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최근의 과목별 채점 경향을 비추어보면 영어는 85점대 이상, 국어는 75점대 이상을 목표로 하는 동시에, 선택 과목에서는 각각 65점대 이상을 얻을 목표로 대비를 해야 실점할 것을 감안하고 현실적으로 평균 70점대를 넘을 수 있을 것이다. 고시에서 이와 같은 성적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기에 철저한 준비를 통해 실력을 쌓아나가야 할 것이다. 본인의 경우, 영어와 선택 과목에서는 목표 이상의 성과를 거두곤 했었지만 국어 시험에서 원하던 점수를 쉽게 얻지 못했기에 간과해서는 안될 과목임을 꼭 유념해야 할 것이다. 모의시험 및 신림동의 GS에 참가하는 2차 연습 또한 내가 범했던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예방해줄 것이다.

 

2차 시험 과목별 수험 대책
- 국어 -
 
다른 공부 때문에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지만 국어 시험이야말로 합격의 중요한 열쇠이다. 시사적인 주제가 많이 출제되므로 평소에 신문 사설을 매일 보며 중요한 기사나 마음에 드는 글들을 스크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형 서점에 있는 대입 논술 교제를 몇 권 구입해서 논술의 형식과 최근 대입 출제 경향을 파악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빈출 논제들을 고시 답안지에 직접 써보는 것이 실제 시험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평소에 연습을 통해 자신의 글을 다듬다 보면 모르는 사이에 논술 실력이 많이 향상될 것이다. 주변에 글 잘 쓰는 친구들에게 한번씩 수정과 비평을 부탁하면 자신이 못 느꼈던 점들을 발견하며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 영어 -
 외국에서 오래 생활한 수험생들은 영어를 한글로, 한글을 영어로 번역하는 연습을 주로 해야 할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지나친 의역 및 직역은 고득점의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삼가해야 할 것이며, 이 과목에서도 꾸준한 연습을 통해 실력을 늘려야 한다. 각종 국내 및 외국 시사 주간지 등을 부분적으로 번역을 해 보는 것 또한 바람직하다. 자유 영작은 기본 essay 형식으로 접근하고 주제별로 나눠서 연습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한, 만약 영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구사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면 회화 연습 또한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 국제법 -
 본인의 경우 대학원의 수업을 통해 개론적인 지식을 얻었다. 그 후, 여러 대학에서 주로 여름 방학동안 실시하는 고시 특강에 참석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한편, 학교의 고시실에서 제1부 외시 수험생들과 스터디를 하면서 많은 도움을 얻었는데 이와 같이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는 것을 강하게 추천하고 싶다. 남들에게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발표를 통해 확실한 정리를 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또한, 서브 노트를 만드는 것은 필수적이다. 두 세 권의 책을 비교해가며 정리해 두면 시험이 임박했을 때 반복해서 보며 암기하기에 매우 용이하다. 주요 조문과 더불어 라틴어도 별도로 정리해서 암기하는 것이 제2부 응시자의 답안지 차별화를 꾀하는 주요 사항이다.

<국제법 추천 서적>
국제법
Peter Malanczuk - Akehurst's Modern Introduction to International Law
Rebecca M.M. Wallace - International Law
Malcolm N. Shaw - International Law
국제경제법
WTO Secretariat - World Trade Organization (Guide to the Uruguay Round Agreements)
John H. Jackson - The World Trading System

 이 외에도 국제조약집과 판례집은 필수적이며 본인의 경우, 김석현, 정영진, 및 국제법 스터디 편저의 한글 국제법 요약집들도 참고했다.

- 국제정치학 -
 국제정치는 이론 못지 않게 최근 시사적 사건들과 현상문제가 중요하므로 책만 가지고 접근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국제법도 그러하지만 고시는 한국의 시험이라는 것을 제2부 응시자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원서만 보다보면 출제 가능한 한반도와 동북아 관련 사항들을 놓칠 수도 있다. 그러므로, 국내외 주요 논문들을 정리하는 것이 필수적인 것이다. 특히 국제정치학 특강에 꼭 참석하고 출제위원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이다.

<국제정치학 추천 서적>
John Baylis and Steve Smith - The Globalization of World Politics
Paul R. Viotti and Mark V. Kauppi - International Relations Theory
James E. Dougherty and Robert L. Pfaltzgraff, Jr. - Contending Theories of International Relations
Jeffrey A. Larsen and Gregory J. Rattray - Arms Control Toward the 21st Century

 거듭 강조 하지만 논문들을 많이 봐야하며, 한글 책은 '국제정치 패러다임'(박재영), '신한국책략'(김우상), '국제정치학'(황성연, 윤경철) 등이 추천할 만 하다.

- 경제학 -
 본인의 경우, 경제학을 선택하지 않았지만 주변의 제2부 수험생들이 다음과 같은 원서들을 추천해주었다.

<경제학 추천 서적>
미시 경제학 - N. Gregory Mankiw - Principles of Microeconomics
거시 경제학 - N. Gregory Mankiw - Principles of Macroeconomics
국제 경제학 - Dominik Salvatore - International Economics

 

V. 운명

 나를 키워주시고 믿어주신 부모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아낌없는 배려와 이해를 해주신 장인, 장모님, 그리고 여러 가족, 친지분들의 많은 격려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내 인생의 키를 잡고 올바르게 이끌어주며 헌신적으로 내조를 해준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이 그지없다. 공부에 도움을 주신 학교의 여러 선배, 후배, 학우들에게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또한 졸업 후 나에게 더 큰 포부를 가지도록 사실상 도와준, 즉 나를 고용하지 않았던 회사들마저도 고맙게 여겨진다.


 정확히 10년전 1991년, 우리 나라의 일꾼이 되겠다며 무작정 짐을 꾸렸지만 구체적인 계획 없이 학부시절을 허송 세월로 보냈었다. 많은 시행 착오와 갚진 경험 후 대학원에 진학했고 그 후 꽤 괜찮게 여겨지는 일자리가 들어오곤 했으나 이미 높아진 이상은 타협을 외면하게 했고 외교관이라는 직업 외에 그 어떤 직장도 나에게 매력을 느끼게 할 수 없었다. 이제 와서 돌이켜 보면 모든 것이 드라마의 각본처럼 느껴지곤 한다. 영어 토론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할 때, 주한 영국 대사님으로 기억되는 분께서 "당신은 이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이다. 나라를 위해 봉사하라"고 과분한 격찬을 해주셨다. 대학원에서 은사님으로 모시게 된 박수길 교수님, 이정하 교수님, 서창록 교수님, 그리고 김성한 교수님 등 많은 고마운 분들께서 외교관의 꿈을 져버리지 말라고 격려를 아끼시지 않으셨다. 공교롭게도 학원의 윤 원장님을 비롯해서 내 인생의 은사님들과 은인들은 대부분 전직 외교관 또는 외교와 관련된 분야에 종사하고 계시는 분들이었다. 그 분들을 뵐 때마다 외교관에 대한 나의 존경심은 더 커졌고 나 또한 그분들 같은 훌륭한 인품의 소유자가 절실하게 되고 싶었다. 앞으로 더욱 더 열심히 노력해서 나라를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성실한 외교관이 되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다.


VI. 맺음말

 비를 좋아하는 저는 비를 몰고 다닌다고 친구들이 놀리곤 합니다. 제가 1차 합격을 처음 한 날도 수석합격을 알게된 그 날도 어김없이 비가 왔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W. Somerset Maugham의 소설 'Rain'의 배경인 남태평양의 작은 섬 Samoa에서 너무나도 시원하게 느껴졌던 소나기를 맞으며 원주민 아이들과 맨발로 뛰어 놀던 그때 그 심정으로 돌아간 기분입니다. 지금 창 밖에서도 오랜 가뭄 끝에 애타게 기다렸던 단비가 메마른 땅을 적시고 있네요. 여러분들의 인생에도 이처럼 달콤한 비가 흠뻑 내리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Where there's a will, there's a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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