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대책 부실은 다음 세대에 대한 차별” 두고 첫 헌법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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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대책 부실은 다음 세대에 대한 차별” 두고 첫 헌법재판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4.04.24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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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헌재 공개변론…“기본권 보호의무 위반” vs “산업계 부담”
서구 “국가적 의무” 추세 속에서 아시아 최초 ‘기후판결’ 관심
재판부 “사건 중요성과 국민적 관심 인식해 충실히 심리할 터”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저는 중학교 1학년 학생의 엄마이자, 대학에서 사회혁신을 가르치고 있는 서현선이라고 합니다. 청소년 기후행동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기후소송에 대해 지지의 표현을 하고, 좀 더 강력한 기후 대응을 간절히 기대하는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 시대의 큰 변화 뒤에는 늘 용기 있는 판결이 있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기존의 질서나 안정에 매이지 않았던 사법부의 판결들이 인권을 증진했고, 성차별을 완화했고, 더 평등한 교육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기후 대응에도 그와 같은 과감한, 그러나 책임 있는 결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세대를 위한 책임과 소신으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주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 경기 고양시 거주 시민, 중학교 1학년 아이 엄마

“최근 유럽인권재판소는 스위스 정부의 기후 변화 대응책이 불충분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결정을 선고한 바 있고, 이는 국내 언론에도 크게 보도돼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재판부도 사건의 중요성과 국민적 관심을 인식해 충실히 심리하겠습니다,” -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이는 지난 23일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비롯한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부실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4개 단체가 낸 헌법소원에 대한 첫 공개변론이 열린 헌법재판소 정문에서 공개된 손 편지와 이종석 헌재 소장의 변론 인사말의 일부분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후 2시께 청소년·시민단체·영유아 등이 낸 기후소송 4건을 합쳐 공개변론을 열었다. 국내 헌정사 사상 최초이자 아시아 최초로 진행되는 기후 공개변론으로 헌법소원 청구 이래 4년 만에 첫 재판이 열린 셈이다.
 

국내 첫 기후소송이 열린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종석 헌재소장과 재판관들이 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 부실이 기본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리는 공개변론을 위해 자리에 착석해있다. / 연합뉴스
국내 첫 기후소송이 열린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종석 헌재소장과 재판관들이 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 부실이 기본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리는 공개변론을 위해 자리에 착석해있다. / 연합뉴스

청구인 측은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40%로 줄이기로 한 탄소중립기본법(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과 시행령, 국가 기본계획 등이 헌법상 환경권, 생명권 등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파리협정 등 국제조약에 따라 지구 평균 기온의 상승 수준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국가적 책임이 있음에도 현재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이에 부합하지 못하고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가 정한 탄소예산의 관점에서도 불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측은 온실가스 배출량 40% 감축은 기존 감축목표를 대폭 상향한 것이고,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와 주요 선진국보다 온실가스 배출량 정점이 늦은 점 등을 고려하면 경제계·산업계에서 부담을 느낄 만큼 온실가스 감축의 폭이 크다고 맞섰다.

또 IPCC는 탄소예산을 국가별이 아닌 전 지구적으로 산정했기 때문에 각국에 예산이 할당된다고 볼 수 없고, 후반부에 감축 목표량을 높인 이유는 관련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관들은 정부 측에 온실가스 감축목표 이행에 필요한 세부적인 규정과 기준을 마련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질의하기도 했다.

정정미 재판관은 2030년 이후 2050년 탄소중립에 이르기까지 감축목표와 경로가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청구인 측 주장을 언급하며 “2030년 이후 목표에 대한 법령이 없으면 혼선이 발생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이미선 재판관도 “2030∼2050년 감축 목표량을 설정하는 게 타당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문형배 재판관은 “정부 발표를 보면 감축 목표연도와 목표점이 계속 변경되고, 일관되게 순 배출량을 계산해 비교하지 않고 있다”며 “그렇다 보니 국제사회나 환경단체가 정부의 조치가 투명하지 않다고 지적하는 것 아니냐”고 짚었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국내 첫 기후소송 공개변론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청소년 기후행동 등 청구인 측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의 올바른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 청소년 기후행동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국내 첫 기후소송 공개변론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청소년 기후행동 등 청구인 측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의 올바른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 청소년 기후행동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국내 첫 기후소송 공개변론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헌법재판소의 정문 주변에 헌법재판소의 올바른 판결을 바라는 국민들의 ‘손편지’가 전시돼 있다. / 청소년 기후행동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국내 첫 기후소송 공개변론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헌법재판소의 정문 주변에 헌법재판소의 올바른 판결을 바라는 국민들의 ‘손편지’가 전시돼 있다. / 청소년 기후행동

한편, 헌법소원을 낸 청소년·시민단체 등은 이날 변론 시작 전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의 올바른 판결을 촉구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의 기후대응 목표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수준”이라며 “특히 본격적인 기후위기 속에서 살아남아야 할 세대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와 정부의 기후대응 실패가 국민과 다음 세대의 기본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어 어느 때보다 헌법재판소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세계 각국 최고 법원이 과학적으로 요구되는 감축목표를 세우지 못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 위반이라는 판단을 연이어 내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단체 측은 특히 “이번 기후소송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기후변화가 모두의 인권 문제인지, 한국 정부가 기후변화로부터 시민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할 의무가 있는지 등을 판단한다는 데서 모든 시민에게 영향을 미칠 소송”이라며 긍정적인 판결을 염원하는 시민들이 쓴 100여 장의 ‘손편지’도 공개했다.

단체는 오는 5월에 진행될 2차 공개변론까지 온라인 캠페인, 탄원서 등과 함께 헌법재판소에 보내는 시민들의 손편지를 계속해서 모아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참고로, 이번 변론은 청소년 단체인 ‘청소년 기후행동’이 2020년 3월 헌법소원을 처음 제기한 뒤 4년 만에 열렸다. 이후 유사한 청구가 3차례 더 제기됐으며 250여 명이 청구인으로 참여했다.

이날 공개변론에는 전문가 참고인으로는 청구인 측에서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이, 정부 측에서 안영환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교수가 출석했다.
 

청소년 기후소송
청소년 기후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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